[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사형제가 12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따진다. 사형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헌재는 앞서 두 번 모두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14일 오후 2시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41조 1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 변론을 연다. 형법 41조 1호 등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의 형벌을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A씨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이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A씨와 함께 2019년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A씨 측은 헌법상 명문 근거 없이 사형이 도입돼 있다며 헌법 110조 4항에 따라 사형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110조 4항은 ‘비상계엄 하의 군사법원이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돼 있다.
A씨 측은 “헌법은 사형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라며 “생명은 절대적 가치라서 법적 평가를 통해 반가치판단을 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일치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없고, 사형이 집행된 경우 후일 오판임이 판명되어도 시정할 방법이 없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은 “헌법 110조 4항이 사형을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더라도, 거꾸로 헌법이 사형을 금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사형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고려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 범죄 예방기능이 크다”라며 “오판 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제라는 형벌 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공개 변론에서 헌재는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기관, 참고인 측 진술을 듣고 이를 종합한 뒤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1996년에는 7(합헌)대2(위헌), 2010년에는 5(합헌)대4(위헌)으로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재판관 중 인사청문회 등에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히거나 적극 검토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모두 5명이다. 사형제의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는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다.
12일 검찰의 직접수사권 제한, '검수완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가운데 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