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조계의 굵직한 현안을 두고 공개변론을 연달아 진행한다.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 입법과정의 절차상 논란을 시작으로 사형제 위헌 여부도 판단한다.
헌재는 국민의힘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법률안의 심의·표견권을 침해당했다며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12일 연다.
'탈당 의원 무소속 자격 배치' 쟁점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쟁점은 민 의원이 지난 4월20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배치된 과정이 정당한지 여부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에 관해 이견이 발생해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 이를 심사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다. 여야 동수 총 6명으로 구성되며, 비교섭단체가 있으면 무조건 1명을 포함해야 한다. 조정위원 4명 이상 찬성시 해당 안건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기획재정위원회에 있던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앉혀 의결정족수를 채우려 했다. 그러나 양 의원이 검수완밥 입법에 반대하자, 민주당은 민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민주당은 조정위 표 대결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국민의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기립 표결로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입법 과정이 중대한 하자를 안고 진행된 것이라며, 조정위 절차 자체가 사실상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법사위원장의 검수완박 법안 전체회의 가결·선포와 국회의장의 본회의 부의·상정, 가결·선포도 위헌이고 무효라는 것이다.
"국회법 따라 처리…하자 없어"
반면, 피청구인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민 의원을 조정위 위원으로 선임한 건 국회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하자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건 독자적 판단에 의한 정치적 결정이므로 국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수완박 법률의 통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사이에서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있을 경우 헌재가 판단하는 제도다. 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청구가 인용된다. 검수완박 법률이 시행이 오는 9월부터인 만큼, 헌재는 그 전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 법률에 관한 공개변론 이틀 뒤인 14일에는 사형제도의 존치 문제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다. 14일 헌재는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250조의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헌재가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다루는 건 지난 2010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부모 살해범이 사형제 헌법소원 청구
이번 헌법소원은 지난 2018년 부모를 살해한 A씨가 청구했다. 2019년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은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사형제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기각하자, A씨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는 사형제가 범죄인을 도덕적 반성과 개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사회방위의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제도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형벌에 비해 범죄 억제력이 있다거나 극악범죄 에방에 기여한다는 추론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A씨 측은 “범죄인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해 사회를 보호하는 기능은 종신형이나 감형없는 무지기징역으로 달성할 수 있다”며 “범죄자 생명과 비교되는 사회 질서유지라는 공익은 매우 막연하고, 사형집행은 위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므로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사형제로 국민 생명 보호"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헌법은 문언 해석상 사형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며 “범죄예방에 따른 공익 실현 대상은 일반 국민의 생명 등이고 정의 실현을 위해 사형선고와 집행이 이뤄진다면 이에 따른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형제의 위헌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법조계에서 수십년간 되풀이됐다. 헌재는 이에 앞선 1996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사형제가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1996년에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다만 헌재는 사형이 제도적 살인이라며 필요성이 없어지면 위헌으로 봐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진보 재판관들 판단 주목
2010년 판단 때는 5대4로 합헌 의견이 간신히 우세했다. 시대가 지날수록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많아졌고 과거 사형제 폐지 의견을 낸 재판관이나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다수 있는 만큼, 이번 세 번째 헌법소원 심판에서는 위헌으로 결론이 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사형제가 위헌이 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한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하기 위해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