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폐사한 수족관 돌고래를 부검하면 대부분의 사인은 '폐렴'과 '패혈증'이라고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호흡기에 염증이 생기거나 혈액이 감염되는 등 신체의 이상이지만, 이는 만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동물보호·해양생물단체들은 설명한다.
돌고래는 주로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좁은 수조 안에서는 초음파가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한다. 벽에 부딪힌 초음파는 돌고래의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소음을 만들어낸다. 스트레스를 받은 돌고래는 같은 자리를 맴돌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거나,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등 이상 행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는 오히려 바다에서 포획된 돌고래보다 수명이 더 짧다고 한다. 수족관이 어린 돌고래를 정상적으로 포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야생과는 전혀 상반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야생에서 돌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해당 무리가 공동 육아를 한다. 어미가 먹이를 사냥하면 무리 속의 돌고래가 새끼를 돌봐주는 식이다. 물 속에서 숨을 못 쉬면 수면 위로 끌어 올려주는 훈련 등도 해야 한다. 그러나 수족관에서는 무리 형성이 불가능하고 새끼 돌고래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기도 어렵다.
또 포유동물이기 때문에 젖을 먹이는데, 돌고래는 해양생물 특성상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바다를 유영하면서 수유를 한다. 그러나 수족관은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동그랗게 선회를 하는 과정에서 새끼 돌고래가 어미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큰돌고래 새끼가 네 마리나 태어났지만 세 마리가 폐사했다"며 "스트레스가 가득한 수족관에서 육아까지 하려면 어미 돌고래가 몇 배로 힘든 상황에 놓이는 데다 태어날 때부터 야생성을 가진 새끼 돌고래도 수족관에 적응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를 무조건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야생성을 잃은 돌고래를 준비 없이 방류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의 생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3년 제돌·춘삼·삼팔이와 2015년 태산·복순이는 제주 바다에 방사된 이후 무리와 합류하며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7년 방사된 금등이와 대포의 행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는 다른 해역으로 옮겨갔을 가능성도 제시됐지만, 전문가들은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는 추정 나이 6~7살에 포획된 후 20년 정도를 수족관에서 머물다가 방류됐다. 다른 남방큰돌고래들이 10년 이상 바다에서 살다가 4~6년 후 다시 방사된 것과는 비교했을 때, 금등이와 대포는 어린 나이부터 긴 시간을 수족관에서 보내며 야생성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해양생물단체는 수족관 돌고래들을 방류에 앞서 야생성을 회복하는 훈련을 충분히 하거나, 국내 바다에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돌고래는 야생 환경과 비슷한 바다 쉼터에 놓아줘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남방큰돌고래의 경우는 충분한 야생 적응이 수반된다면 방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수족관에 남아있는 유일한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는 포획 나이가 금등이와 대포보다 더 어린 5~6살의 추정 나이에 포획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족관 생활을 17년 동안 했기 때문에 충분한 야생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수입한 큰돌고래는 한국 해역 방류 사례가 없기 때문에 한반도 해역에 바다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큰돌고래가 서식하는 일본 다이지 지역이 한국 해역과 환경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벨루가'로 알려진 흰돌고래는 러시아에서 수입했기 때문에 해외에 조성된 벨루가 바다 쉼터에 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남방큰돌고래는 원래 제주 해역에서 살던 종이기 때문에 GPS 등 추적 장치를 달아 잘 적응하는지 관찰하면 되고 해외 수입 돌고래는 바다 쉼터를 조성해 방류하는 등 좀 더 세밀한 방법이 필요하다"며 "현재 수족관 돌고래들이 이 수족관에서 저 수족관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수족관들은 돌고래 생존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폐사한 벨루가 '루이'의 생전 모습. (사진=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