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과 철강 감산 등에 힘입어 하반기 가격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조선향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조3810억원에 영업이익 8221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3%와 50.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9.7%에서 1.4%포인트 상승한 11.1%를 기록했다.
현대제철 2022년 2분기 경영실적. (자료=현대제철)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출하지연으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이 소폭 줄었지만 철강 원재료 상승에 따른 판매단가 인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 해외 고객사 확대를 통한 공급물량을 늘리고 있다. 조선향 후판은 국내 조선사의 수주잔량 증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강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한 각국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내 재봉쇄 우려에 대한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하반기 철강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이 하반기 GDP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중국의 연간 조강 생산량이 정부 방침으로 탄소 중립 목표와 병행해서 감산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중국의 조강 생산량을 전년 대비 약 3.2% 감소한 10억톤(t)으로 예상한다. 상반기 5억3000만t에 하반기 4억7000만t이다. 중국의 하반기 감산으로 철강값 하락세가 진정돼 3분기 말이나 4분기 가격 반등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글로벌 철강 가격에도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약세 기조인 글로벌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최적 생산과 최적 판매를 통해서 가격 방어를 통한 스프레드(원재료와 최종 제품 가격차)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자동차 강판은 인상에 무게를 두고 협상중이다. 상반기 원가가 높은 원재료가 하반기에 투입되는 점 등을 협상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하반기 글로벌 시장은 약세지만 저희가 협상하려고 하는 원가 부분에 대한 부분을 반영해서 자동차와 합리적인 부분에서 협상을 한다"며 "인하 요인보다는 인상 요인으로 저희가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향 후판 가격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 리스크와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내 파업 영향으로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도 급락하고 있어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료 자체가 바로바로 생산에 투입되는 시점을 보면 일정 갭이 있어서 지금 상당히 하락된 원료 가격이 3분기 말 이후 4분기에 본격적으로 원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 조선사의 가격은 불가피하게 하락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0일 1t당 144.37 달러로 오른 뒤 계속 떨어져 이달 22일 98.18 달러를 기록했다.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은 건설시장 위축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실수요 위주 수주 물량을 확보했고 하반기에도 원가 상승 요인 등을 가격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 내진용 강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대응한 고성능 특수강과 고강도 열처리강 개발도 진행중이다. 현대제철이 독자 개발한 전기차용 특수강은 자동차 주행 정숙성과 내구 수명 향상의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지속성장을 위해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탄소중립 기술협력 MOU를 맺고 제철소 설비 성능향상과 운영 최적화에 나서고 있다. 수소 생산과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등에 대한 포괄적 기술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제철소에서 사용되는 각종 원료의 최적 활용과 운영기술 개발 협력을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MOU를 체결하고 광물자원 관련 선도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