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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에서 4번쩨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완치자가 나왔다. 다만 그는 HIV 치료제가 아닌 골수 이식 후 완치됐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영국 BBC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66세 남성으로, 1988년 HIV 확진 판정을 받은 후 30여년간 투병을 이어가다 최근 의료진으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았다.
HIV는 인체면역시스템을 손상시키는 바이러스로, 에이즈의 병원균으로 악명이 높다. 백혈구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외부에서 병균이 침투하면 인체가 제대로 막아내질 못하게 돈다.
남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1988년 처음 HIV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며 "낫는 날이 올 줄을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번 사례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남성이 HIV 치료 중이 아니라 3년 전 발견된 백혈병 치료 중 HIV가 완치됐다는 점이다. 그가 백혈병 치료를 위해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골수 제공자가 선천적으로 HIV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에 따르면 HIV는 백혈구 표면 단백질인 CCR5를 통해 체내 백혈구에 침투하는데, 이번 골수 제공자처럼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CCR5의 변이형을 보유하고 있어 HIV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시티오브호프 감염병 전문가인 자나 딕터 박사는 "환자분의 HIV가 호전됐다는 소식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30년 넘게 받아온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더 이상은 받을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BBC는 골수 이식을 통해 HIV를 치료하는 방식은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딕터 박사는 "골수 이식은 잠재적으로 가볍지 않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정"이라며 "HIV 환자 대다수에게 적용하기에 적합한 옵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초의 HIV 완치자는 미국의 성소수자이자 번역가 티모시 레이 브라운으로, 독일 유학중 HIV에 감염됐다. 브라운 역시 백혈병에 걸려 골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뒤 회복됐다. 다만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