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퇴했다. 당 지도부에서 나온 첫 사퇴 선언으로, '내부 총질' 문자 유출 등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리더십 한계에 따른 반발이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당 지도체제를 놓고 격론이 불가피해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 일이 되도록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당 지도체제를 논의했다. 최근 권 원내대표가 사적채용 논란에 관한 실언부터 내부 총질 문자 유출 사태 등으로 연이어 리더십 한계를 노출한 데에 따른 당내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정부 출범 80여일이 되도록 속 시원한 모습을 국민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했다. 그는 "당 지도부 한 사람으로서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준 당원과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배 최고위원은 "(여러 지적에)깊이 통감하면서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며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갑자기 사퇴를 결정한 건 아니다. 이준석 대표의 공백사태가 생길 때부터 고민해왔다"며 "다만 제가 고민의 순간은 들었지만, 오히려 결단하고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 보여드리는 시점이 많이 늦은 것 같아서 많이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 직무대행 체제를 주도하는 권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다만 당 지도부 사퇴에 대해선 최고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제가 분명히 '비대위로 가려면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으나 김용태 최고위원은 "총사퇴 이야기는 없었고 배 최고위원 혼자 사퇴한 것이다"라면서 "나는 안 그만둔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배 최고위원 사퇴에 관한 입장에 묵묵부답인 채 자리를 떴다.
배현진 최고위원이 당 지도체제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직무대행체제 존속에 관한 격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당권주자들의 입장이 주목된다. 실제로 이날 오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가 다음 주 월요일쯤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질문에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지 다른 방법은 없다"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