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 경쟁력의 한계를 불러오고, 오히려 산업 전반의 성장을 저해해 점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특정 사업영역의 보호보다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을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가 중소기업 보호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는지를 분석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된 제도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3년간 대기업의 관련 업종·품목 사업 진출 자제 등이 권고된다. 1차례 연장 가능해 최대 6년까지 지정 가능하다.
제도 도입 당시인 2011년에는 김(조미김), 김치, 두부, 면류, 순대, 어묵 등 음식료품 다수와 세탁비누, 부동액, 레미콘 등 다양한 제조 업종·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KDI는 분석 결과 적합업종제도는 사업체의 퇴출 확률을 낮춰 사업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중소기업의 성과나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2008~2018년 전체 품목 출하액 대비 적합업종 품목 출하액 비중을 보면 대기업은 1.2%에서 0.5%로 절반 이상 낮아졌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7.9%에서 7.6%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규모별로 구분했을 때 부가가치, 종사자 수 비중이 감소한 것은 주로 대규모 사업체 비중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합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대기업 비중은 2008년 10.7%에서 2018년 8.1%로 하락했고, 부가가치 비중은 18.9%에서 9.1%로, 종사자 수 비중은 17.1%에서 13%로 낮아졌다.
적합업종 품목 생산 중소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사업체 수 비중은 10.6%에서 10.4%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부가가치 비중은 10.8%에서 11.1%로 다소 상승했지만, 종사자 수 비중은 10.9%에서 10.2%로 감소했다.
적합업종 지정 이후 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사업체 퇴출 확률은 유의하게 낮아졌으나, 대부분의 성과 및 투입 지표에선 해당 품목을 생산하지 않는 사업체에 비해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KDI 측 설명이다.
특히 KDI 측은 적합업종 품목이 속한 산업의 생산액, 부가가치, 고용, 유형자산 모두 여타 산업에 비해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권고기간 만료시점인 2017년 이후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김민호 KDI 연구위원은 "실제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품목 수는 많지 않더라도 대상 업종이 광범위해 거의 모든 업종이 언제든 시장 활동에 제한받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적합업종제도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확장 혹은 진입을 제한하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서도 중소기업의 성과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결과로 제도 운용의 실효성이 낮다고 진단할 수 있다"며 "따라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합의 신규 신청을 중지하고 현 지정 업종에 대한 해제 시기를 예시해 점진적 폐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정 사업영역의 보호보다는 부정경쟁행위 방지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율을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동반성장 정책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가 중소기업 보호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는지를 분석했다. 사진은 경기도 한 레미콘 공장에 차량들이 주차돼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