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뒤 재확진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아직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특성을 보인다. 단, 몸 안에 남은 바이러스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여전해 주의가 요구된다.
7일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21일 확진 판정을 받고 26일 음성 판정을 받은 지 나흘 만에 다시 확진자로 분류된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과정을 거쳐 코로나19에 다시 확진됐다. 지난 6월 처음 코로나19에 걸린 파우치 소장은 음성 반응이 나온 지 나흘 만에 다시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의 공통점은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팍스로비드를 복용했다는 점이다.
팍스로비드는 화이자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로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안에 복용하는 약이다. 팍스로비드는 하루 2회씩 총 5일간 복용해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처방 대상은 코로나19 경증 및 중등증 환자다.
당초 팍스로비드는 임상시험 3상에서 입원·사망률을 90% 가까이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에 비해 치료 효과가 높아 개발과 함께 각국 승인을 받았는데, 바이든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이 팍스로비드 복용에도 재확진되면서 '팍스로비드 리바운드(반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코로나19에 감염돼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뒤 재확진되는 '팍스로비드 리바운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지만 전파 우려가 있어 격리와 마스크 착용이 권고된다. (사진=뉴시스)
팍스로비드 반등은 대체로 약물 복용 후 2~8일 사이에 증상이 재발하거나 재감염되는 경우로 정의된다. 다시 확진되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여러 추론만 제시되고 있다. 몇몇 해외 연구에선 약물 농도가 낮아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한다. 이와 함께 팍스로비드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생존한 바이러스 일부가 코로나19 재발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일수록 팍스로비드 반등이 잘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T세포 면역 노화 때문일 수 있다"며 "T세포나 B세포, 항체와 협력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 노화가 있는 고령자일수록 (팍스로비드) 반등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팍스로비드 복용 후 재확진되는 기전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처음에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됐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은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팍스로비드 복용 후 재확진되는 경우 증상은 경미한 특성을 보인다. 사람에 따라서는 양성이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단, 몸 안에서 다시 증식한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유지될 수 있어 전파 방지를 위한 조치는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팍스로비드 복용 후 재확진된 이들에게 5일간의 격리와 10일간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정재훈 교수는 "아직 확실한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재)감염되고 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는 것은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우주 교수는 "팍스로비드를 5일 복용하고 재확진됐을 때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바이러스가 다시 살아나서 주변에 퍼트릴 수 있기 때문에 격리나 마스크 착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