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주난타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강훈식 의원이 당원들에게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 당대표 순회 경선 첫 격전지에서 이재명 의원의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만 확인한 박용진·강훈식 의원이 다음 경선 지역인 부산·울산·경남(13일)과 대전·충청·세종(14일)에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등 모색에 나선다. 다만 주어진 여건은 여의치 않다. 이재명 의원의 압도적 우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명계에서조차 '단일화 무용론'이 제기됐다.
박용진·강훈식 의원은 8일 다음 순회 경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 당원들을 만나며 지지 호소와 투표율 제고에 주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주말인 6~7일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전국순회 경선(강원·강원·대구·경북, 제주·인천)에서 당대표 권리당원 투표를 개표한 결과 누적 합계 이재명 의원 74.15%, 박용진 의원 20.88%, 강훈식 의원 4.9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고위원의 경우에도 2위 고민정 의원(22.24%)을 제외하고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친명계(정청래 28.40%, 박찬대 12.93%, 장경태 10.92%, 서영교 8.97%)로 채워졌다.
박 의원은 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대세론으로 일종의 착시효과가 나타나면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분들이 생겨 가장 우려스럽다"며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또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의 선거 1년 전 구성 등을 담은 '사당화 방지 혁신안’을 발표하며 이 의원을 향한 '사당화 공세'를 이어갔다. 오후에는 '김대중·노무현 정신 회복 운동본부' 발대식을 열며 전통적 지지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박 의원 측은 향후 당원들과의 토론 일정 등으로 지지세를 넓혀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공식 행사를 진행하면 다른 의원들과 함께 동석하는 자리들도 서서히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원들의 동참을 기대했다. 박 의원 측은 특히 13일 PK 경선에서 박 의원이 이 의원의 득표율을 조금이나마 따라 잡는 모습이 연출되길 고대하고 있다. 이 의원에 반대하는 친노·친문 표심의 결집을 통해 반격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강 의원도 이날 오전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경남 지역 당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당심 다지기에 나섰다.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도 방문했다. PK 경선을 앞두고 이 지역이 배출한 노무현, 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다.
강 의원 측은 다가오는 주말 경선에서 반등을 꾀한다. 충남 아산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강 의원으로서는 이번 주말 경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첫 주 결과는 (컷오프 이후)투표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결과가 저조했던 것으로)보인다"며 "(이번)연설에 대한 평가도 좋고, 이런 부분이 알려지고 회자되면 다음주는 분명히 반등이 있을 것이다. (강 의원의)지역 기반이 충청권이기도 하고, 이번 주말 경선은 기대해볼만하다"고 자신했다. 반면 안방과도 같은 충청권에서마저 3위로 내려앉으면 다음 기회는 사실상 날아가게 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13일 예정된 PK 순회 경선에서도 앞선 경선 결과와 비슷하게 '이재명 대세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산 사하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최인호 의원은 "냉정하게 따지면 현재까지는 부울경에서도 (판세가)바뀌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부산 북강서갑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도 "부울경이라고 해서 (다른 지역과)결과가 다를까 싶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PK에서의 친문 표심 영향력에 대해서도 낮게 봤다. 그는 "친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존재감 상실이고, 이미 계파로서 의미가 없어졌다"며 "누구를 밀고 도와야 하는 강력한 동인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충청권에서는 이 지역 출신인 강 의원의 선전이 예상되지만 현 구도를 바꿀 만한 지지세가 나타날지 여부는 미지수다. 강 의원을 돕고 있는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은 "아무래도 투표율이 걱정"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야 투표 참여도 높아지겠만 투표 참여율이 생각보다 안 나오는 상황이다. 투표율이 나오면 그래도 좀 (판세에)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7일 제주난타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상황에서 박용진, 강훈식 두 사람의 단일화 논의 또한 지지부진하다. 강 의원 측은 "지금은 단일화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소극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 의원의 경우, 이번 전당대회를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연장으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반이재명 전선이 아닌 중간자적 입장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임하고 있다. 반면 박 의원은 최소 이번주 내 단일화 성사를 목표로 강 의원에 대한 설득에 나서고 있다. 그마나 단일화라도 돼야 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이번 경선 결과를 토대로 단일화 무용론도 급속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두 의원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이재명 의원을 앞서는, 둘 이상의 득표력이 나오기는 힘들다"라며 "당헌, 헌법 등을 바꿀 때는 일반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특별 의결정족수로 의결하는데 3분의2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금 이 의원의 득표율이 3분의2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를 해도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대명'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이 되면서 반전을 위한 추동력을 얻기는 힘들어졌다는 판단이다.
단일화 논의가 진통을 겪으면서 당내 최대 그룹인 친문 표심도 현 상황을 관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친문계 핵심인 신동근 의원은 "뭔가 흥행을 시키려면 단일화도 하고 세력이 결집되는 게 보여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이번주쯤에 두 사람이 단일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두 의원이)단일화만 하면 단일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