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일가족 참변 "수압 때문에 문 열지도 못하고…"

10년 전에도 침수 피해 있던 집…방범창도 못 뜯어
집 입구 싱크홀에 물길…하수 역류하며 순식간에 갇혀
허리까치 차는 물…소방관도 경찰관도 접근 어려워

입력 : 2022-08-09 오후 3:28:0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순식간에 물이 가득 차면서 물 압력이 강해지니 문을 못 열었을 거예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민들은 전날 기록적인 폭우로 참변을 당한 이웃의 집을 서성이며 당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날인 8일은 서울 동작구 기준 하루 강수량이 381.5㎜를 기록하면서 1920년 354.7㎜를 82년 만에 갈아 치운 날이다. 시간 당 강우량도 141.5mm로 1942년 최고 기록인 118.6mm를 넘어서며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5년 만에 최악의 폭우로 기록됐다.
 
이 영향으로 지난 8일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여성 A씨와 여동생인 40대 B씨, B씨의 10대 딸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웃 주민들은 가족의 요청에 따라 오후 9시 쯤 구조 신고를 했지만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폭우로 인해 집 입구에 싱크홀(지반 침하)이 발생하면서 물살이 해당 가족의 집 쪽으로 몰려들었고, 하수구 역류와 겹쳐 순식간에 집 안이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내린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 현장. (사진=윤민영 기자)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는 60대 주민은 "주민들이 112랑 119에 전부 신고하고 탈출을 도우려 했지만 도로에 물이 허리까지 가득 찬 상태라 소방차도 빨리 들어오지 못했다"라며 "집안에서 문을 열고 탈출하려고 해도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니까 수압 때문에 문을 못 열고, 방범창도 못 뜯었을 테니 소방차가 왔을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현장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빗물과 토사가 섞인 살림살이들이 집 밖으로 떠밀려 올라와 있었다. 방범창 창살도 밧줄에 묶인 상태로 떨어져 나가 있었다. 반지하 특성상 계단을 내려가야 현관문이 나왔는데, 이 곳으로 물이 쏟아져 내려가면서 문을 여는 것이 힘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방범창은 보통의 성인 여성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아니었으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쉽게 뜯어낼 수도 없어 보였다.
 
인명 사고가 일어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방범창이 뜯긴 채 내부가 드러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배수 작업을 한 뒤 일가족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가족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이 집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집은 10여년 전 서울 지역에 폭우가 내렸을 때도 침수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고, 상황이 비슷했던 주변 반지하 주택 주민들도 허리까지 물이 차도 직접 양수기나 바가지로 물을 퍼 날랐다고 한다.
 
관악에서도 저지대에 속하는 신림동 지역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도림천이 범람하면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를 입어왔다. 지난 2011년 7월에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주택과 상가 건물 1000여채가 물에 잠긴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신림동 일대에 30년 빈도의 홍수를 감당할 수 있는 총 6만5000톤 규모의 저류조를 조성하고 2014년부터 가동에 들어갔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로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지난 8일 폭우로 인해 일가족 3명이 빠져나오지 못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입구.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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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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