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노동조합이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부정 투표 의혹이 불거진 뒤 개표와 재투표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이 길어지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조직형태 변경 건'에 대한 35-2차 임시총회 투표가 이날부로 22일째 파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조직형태 변경 건'에 대한 개표 도중 '뭉텅이 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지회 유튜브)
투표는 지난달 21일~22일 조합원 4726명 중 4225명이 참여해 투표율 89.4%를 기록했다. 같은 달 22일 개표 현장에서 '뭉텅이 표' 의혹이 일자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무효와 재투표를 선언했다. 당시 같은 부서 투표함에서 나온 '빳빳한(안 접힌)' 투표용지 10장을 모아 보니 일련번호 순서가 이어져 있어 문제란 주장이 나왔다.
이후 대우조선지회 집행부는 개표 재개를 통한 민의 확인을, 투표를 주도한 대우조선해양 민주노동자협의회(민노협)는 재투표를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다. 민노협은 대우조선지회 내 5개 단체 중 한 곳으로 금속노조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지회는 휴가가 끝난 직후인 이달 8일 정상헌 지회장 명의로 성명서를 내 "대우조선 지회의 내부 결속을 깨트리고 조직 체계를 흔드는 세력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개표를 촉구했다.
또 10일에는 공지 문자 메시지로 "조합원 동지들이 잘 보고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며 개표 현장을 찍은 유튜브 영상 주소를 보냈다. 지회는 개표 영상 편집본에서 "선거구 인원에 맞는 투표용지 매수가 나가기 때문에 당연히 일련번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2시간 36분짜리 원본 영상도 게시했다.
이에 민노협도 11일 단체 문자를 보내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 정착을 위해 소중한 권리를 꼭 행사해 달라"고 독려했다. 민노협 주도로 조합원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 임시총회를 열었으니 지회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대우조선지회는 선관위가 투표와 개표만 할 수 있고 재투표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문제가 된 표에 대한 판단은 개표 후에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지회 관계자는 "관례상 무효표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표들이 나오면 이 표의 숫자가 투표 가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하고, 영향을 줄 정도의 숫자가 아니면 무효나 기권으로 처리했다"며 "이번처럼 투표를 중단하고 재투표를 선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회는 재투표가 진행될 경우 다수 의석을 가진 쪽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투표 할 수 있는 선례가 된다고 주장한다.
한 회기에 같은 안건으로 총회를 2번 열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도 개표 근거로 내세웠다.
지회 관계자는 "조합원들께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재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릴 것이고, 선거인 명부를 포함한 투표 활동에 그 어떤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대회의실. (사진=이범종 기자)
반면 민노협은 투표 무효로 의안이 결정되지 않아 재투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대영 민노협 협회장은 일사부재의에 대해 "선관위가 재투표를 결정한 이후의 총회이기 때문에 효력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노협은 김 협회장이 조합원 3분의 1 동의로 투표를 진행한 '소집권자'이므로 지회가 조합원 단체 문자 등을 보내 총회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 협회장은 "조합원 3분의 1 서명으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면 지회장이 임시총회를 열 수 있다"며 "5일 이내에 그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서명한 사람 가운데 3분의 1로부터 다시 서명받은 사람이 소집권자가 돼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노협은 투표 협조 등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지회, 선관위와 협의를 추진해 재투표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금속노조는 개별 가입·탈퇴가 아닌 총회를 통한 조합원 집단 탈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노협은 금속노조 탈퇴안이 가결될 경우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비 지출을 막아 조합원들이 제명되는 방식을 택할 계획이다.
이번 금속노조 탈퇴 투표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과 관련해 금속노조가 제역할을 못했다는 책임론에 힘입어 조합원 1740명 동의로 진행됐다. 복수노조를 막기 위해 반대표로 부결시키자는 투표 독려 운동도 있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