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mRNA라는 새로운 백신 개발 플랫폼이 인류에게 처음 사용됐다. 비슷한 계열의 DNA 백신을 밀어낸 mRNA가 대세로 자리잡자 국내 기업들의 플랫폼 구축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mRNA 백신은 큰 틀에서 DNA와 함께 핵산 백신에 속한다. 핵산 백신은 바이러스가 아닌 유전 물질만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mRNA와 DNA 백신 모두 인체에 주사한 뒤 세포 속으로 물질을 전달해 면역반응을 이끌어낸다.
두 백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접종 방법에 있다. D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을 발현시킬 수 있는 DNA가 세포 안에 침투하도록 백신을 주사한 뒤 전기천공이 수반돼야 한다. 전기천공은 세포막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줘서 구멍을 뚫는 역할을 한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RNA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원리는 같지만, DNA 백신과 달리 전기천공이 필요하지 않다.
인류가 접종한 첫 mRNA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다. 두 백신은 많은 면에서 비슷하지만 항원량과 접종 간격에서 차이를 보인다. 화이자 백신에는 30마이크로그램(㎍)의 항원이 포함된 반면 모더나 백신에는 3배가 넘는 100㎍의 항원이 들었다. 접종 간격은 화이자가 3주, 모더나가 4주다.
다른 백신과 비교하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
국내 기준 백신별 현황을 보면 가장 먼저 접종에 쓰인 바이러스벡터 플랫폼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 다른 백신 임상시험을 위한 대조약물로만 사용될 뿐 접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같은 플랫폼의 얀센 백신은 낮은 예방효과로 퇴출됐다.
합성항원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함께 추가접종 용도로도 사용되지만 워낙 허가 시점이 늦어 mRNA 백신에 비해 낮은 접종률을 보인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허가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의 경우 최근에야 허가를 받아 아직 접종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이자와 모더나가 오미크론(BA.1) 항원을 포함한 2가 백신을 개발해 각국 허가를 추진하고 있어 mRNA 백신 대세론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사진=뉴시스)
mRNA가 차세대 백신 개발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자 국내 기업들도 후발주자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금 단계에서 mRNA 후발주자로 속도를 내는 곳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인 곳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mRNA 코로나19 백신으로 임상을 승인받은 곳은 △큐라티스 △
아이진(185490) △
에스티팜(237690) 등 세 곳이다. 임상 단계별로 나누면 큐라티스와 에스티팜이 1상을, 아이진이 1·2a상을 승인받았다.
임상 단계에 진입하진 않았지만 mRNA 플랫폼을 차세대 먹거리로 정한 곳들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068270)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2024년까지 약 2000억원을 들여 기존 백신 생산시설인 안동 L하우스에 신규 플랫폼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구축하려는 신규 백신 플랫폼은 바이러스벡터와 mRNA다.
셀트리온은 흡입형 코로나19 칵테일 치료제 개발을 잠시 중단하고 mRNA 백신 개발에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내 기업의 연이은 mRNA 백신 플랫폼 도전에 업계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후발주자로 시작한 만큼 자체 mRNA 백신을 짧은 시간 안에 개발하기 어렵지만, 감염병 위기 상황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mRNA 연구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출발이 매우 늦었다"면서도 "세 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이고 바이오업계의 대표적인 기업 두 곳이 mRNA 플랫폼 구축을 선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2년 넘게 끝나지 않고 있는 코로나19로 평상시에도 백신 개발 기술을 확보해 발빠르게 사용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멀지 않은 시기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자체적인 mRNA 기술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