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동네 병·의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될 경우 신속하게 허가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 나온다. 허가당국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면밀한 검토를 약속했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다가백신의 사전검토가 진행 중이다.
다가백신은 두 개 이상의 항원을 포함한 백신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사전검토를 신청한 백신은 2가 백신으로 우한주와 오미크론(BA.1) 타깃 항원이 포함됐다. 두 백신 모두 허가 시 부스터샷 등 추가접종 용도로 활용된다.
식약처는 제조사가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품목허가를 신청할 경우 안전성·효과성 자문을 구해 허가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전검토 중인 백신 허가 심사가 이뤄진 뒤 BA.5 항원을 담은 새 백신을 빠르게 심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전검토가 이뤄지는 2가 백신의 항원과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 간의 부조화로 충분한 감염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세종화한 BA.5는 바이러스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에 총 32개 변이를 가져 다른 오미크론 하위변이에 비해 면역 회피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BA.5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소멸 단계에 접어든 BA.1 타깃 백신만 개발되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BA.5를 막을 수 있는 개량 다가백신 개발을 권고하기도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백신 개발사들은) BA.1로 만든 백신을 맞아도 BA.4나 BA.5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효과가 높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BA.5가 유행 중인데 BA.1로 만든 백신은 맞지 않는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FDA가 BA.5로 백신을 만들라고 권고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허가된 코로나19 백신 4종. (사진=동지훈 기자)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1 항원이 포함된 2가 백신 검토가 앞으로 개발될 BA.5 백신 허가를 위한 초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BA.1은 소멸하고 있는데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BA.5"라며 "BA.1 백신을 검토한 뒤 이를 토대로 BA.5 백신이 개발됐을 때 허가 절차를 단축한다면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감 백신은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 변이주가 나올 때마다 매번 긴급사용승인이나 허가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지적했다.
BA.5뿐 아니라 새로운 변이가 확산할 경우 맞춤형 mRNA 백신 접종 촉진을 위한 평가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mRNA 백신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새로운 백신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면 빠른 국내 도입을 위해 mRNA 백신 플랫폼에 특화된 절차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BA.1을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곧 BA.5에 대한 백신이 나온다면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별도의 절차나 안전성·효과성 평가 과정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식약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신속한 검토를 약속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FDA가 오미크론 BA.4·5 성분을 포함한 백신 (개발)을 권고한 바 있다"며 "국내에 BA.4·5 백신 허가가 신청되는 경우 신속하고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