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상공인법 부칙, 평등권 침해"…법원, 헌재에 위헌제청

"법 개정일 이전과 이후로 손실보상 차이 두는 것은 자의적 조치"

입력 : 2022-08-18 오후 9:52:27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2021년 7월7일 이전의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소상공인법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률공포일 기준으로 손실보상청구권 인정에 차등을 둔 것은 입법재량을 넘어선 '자의적 조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의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2021년 7월 7일 이전과 이후로 나눠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에서 소상공인법의 부칙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시기 제한이 사라지게 돼, 정부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나서야 한다. 
 
18일 서울행정법원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법) 부칙 제2조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코로나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은 지난 3월 소상공인법 부칙 제 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제기한 바 있다. 소상공인법 부칙 제2조는 법 공포일(2021년 7월7일)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한다'며 보상 기간에 제한을 두었다. 소송대리인인 천상현 법무법인 황해 변호사는 이날 판결에 대해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부칙에서 법이 개정된 이전에 생긴 집합금지로 발생한 손실은 보상 안한다고 명시했는데 그것이 평등권을 위반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법원은 이날 판결문을 통해 "부칙규정은 소상공인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시기에 따라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강하게 의심될 상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소상공인법의) 부칙규정 단서조항은 그 문언과 내용 및 취지상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 등에게 보상 내지 지원 등 조정적 보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신청권 내지 청구권을 부여하는 조항으로는 새길 수 없다"면서 "소상공인법 입법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부분 조항은 소급적 보상 여부에 관한 입법부 내부의 합의 도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선언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을 타협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됐다고 하더라도 2021년 7월 7일 이전과 이후의 보상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그 차이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결국 소상공인법 공포일인 2021년 7월 7일 이후에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해 경영상 심각한 손실이 발생한 소상공인은 소상공인법 제12조2에 따라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데 반해, 그 이전에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해 같은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소상공인은 위와 같은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없는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선언적 규정인 이 사건 부칙규정에 따라 정부의 다양한 지원 대책이 마련될 여지가 있거나 실제로 대책이 마련되거나 지원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차이가 당연히 정당화된다고 볼수는 없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사실의 측면에서 다른 형태로 금전적이나 경제적 지원이 있을 여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또는 법적 성격이 조정적 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차별적 취급이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적었다. 법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부여되는 경우와 시혜적으로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을 동일선상에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2021년 7월 7일 전후로 집합금지명령의 내용상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적 강도나 파장은 2021년 7월 7일 이전에 더 강했을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 손실이나 정도 및 규모도 훨씬 컸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처럼 집합금지명령 등의 대상이 되는 시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해 재산상 손실을 입어 보상받을 필요성이 있게 된다는 점은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시기가 2021년 7월 7일 전후인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2021년 7월 7일을 전후로 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시기에 따라 대상 시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또 2021년 7월6일자에 내려진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한 손실과 같은해 7월 8일자로 내려진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한 손실 사이에 어떠한 합리적이고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이틀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기에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법원은 "아무리 입법재량이 큰 영역이라고 할지라도 입법자가 권리 인정 여부에 대한 차이를 둠에 있어서는 합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를 중심으로 차등을 두어야지, 사실상 법률 공포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을 따름인 법률공포일을 기준으로 권리 보유 여부에서 차등을 두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을 넘어선 '자의적 기준'이 될 뿐"이라고 평했다. 
 
한편 법원은 코자총이 제기한 소상공인법 제2조 2항에 대해서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코자총은 이와 관련해 직접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 관계자들이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청구 소장 접수에 앞서 손실보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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