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데블스도어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와 모델들이 대두단백,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세계푸드)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테슬라가 전기차를 처음 선보였을 때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이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를 생산하게 됐다. 베러미트로 촉발될 대전환의 노력이 국내외 식품시장에 퍼지길 희망한다”
취임한지 올해 3년차인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신성장동력으로 ‘대안육(대체육)’을 낙점하고 관련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송 대표가 대체육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까닭은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관련 식품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데블스도어에서 열린 ‘베러미트 신제품 론칭 및 비전 설명회’에 참석해 “지금까지 고기를 먹기 위해 해오던 공장식 사육과 식품첨가물을 활용한 제품 생산을 계속 방치하게 되면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송 대표는 이달 미국에 100% 자회사 베러푸즈를 설립한다. 이를 위해 600만 달러 규모의 자본금을 출자한다. 또 향후 투자 및 자금 소요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400만 달러를 증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출시했다.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은 대두단백,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었다. 송 대표가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통해 신제품을 선보인 건 딱 1년 만이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하고 돼지고기 대체육햄인 콜드컷을 시장에 내놨다.
송 대표는 이번 런천 캔 햄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사업의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그간 대체육 사업을 B2B(기업과 소비자 거래)로 진행해오다 이번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B2C시장에 내놓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데블스도어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가 대두단백,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세계푸드)
2020년 10월에 신세계푸드 경영 키를 잡은 송 대표는 당시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송현석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상무를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로 선임했는데 신세계푸드는 이전까지 외부 출신 인사가 대표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1968년생으로 미주리 주립대 신문학부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태 마케팅 석사과정을 마쳤다. CJ엔터테인먼트 미주법인, 워너뮤직, 맥도날드, 피자헛,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을 거쳤고 2018년 12월 신세계푸드로 영입됐다.
송 대표는 취임 직후 노브랜드 버거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조직 개편에 나섰다. 노브랜드 버거 사업을 전담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별개 조직이었던 급식과 외식 사업 부서를 F&B 조직으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기존 식품유통, 베이커리, 급식, 외식으로 나뉜 신세계푸드 사업 조직은 식품유통, 베이커리, F&B(급식+외식), 프랜차이즈로 개편됐다.
이같은 노력에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해 말 기준 170호점을 열었다. 국내 햄버거 시장에 진출해 있는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100호점을 내는데 10여 년이 걸린 데 반해 노브랜드 버거는 1년 8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100호점 돌파는 시장 안착과 사업 성장세를 의미하는 핵심 지표다.
신세계푸드(031440)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47% 오른 1조3329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278.57% 증가한 293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24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6777억원으로 집계됐다.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섰던 송 대표는 올해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송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1926년에 미국의 호멜 푸즈가 스팸을 개발한 이후 캔 햄 제품이 전 세계에 확산했다”며 “이번 신제품 출시로 약 100년만에 동물성 캔햄이 식물성 캔햄으로 바뀌기 시작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사업보다 해외 사업의 비중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의 ‘K-푸드’는 한국만의 독특한 음식을 외국에 소개하는 전략이었다면 베러미트는 햄, 미트볼 등 전세계인에 이미 익숙한 형태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