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도 한풀 꺾인 모양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계절이 바뀌는 것이 반갑지 않은 눈치다. 가을이 오면 겨울도 찾아올 것이고, 날씨 변화에 따라 글로벌경제에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원지는 물가 그중에서도 에너지 가격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의 부탁도 무시한 사우디다. 이에 미국이 내년에 기록적인 증산을 하겠다며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이에 맞서 지금의 일일 증산량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 영향으로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하락했던 국제유가(WTI)는 다시 9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6월말 MMBTU당 5.42달러까지 하락했던 뉴욕상업거래소(NYMEX)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9달러를 넘었다. 이제 북반구의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을 자극할 것이다.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장기화될 거란 전망이 지속되면 가수요까지 붙을 수도 있다. 물가는 더 오를 것이고 그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같다. 미국이 다음달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시 역전되는 것은 예고된 거나 다름없다. 이론상으론 원달러환율도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시각이 반영돼 환율도 1350원에 바싹 다가섰다.
1달러에 1200원은 가끔 보던 환율이지만 1300원은 실로 오랜만이다. 물론 전혀 반갑지 않은 숫자다. 원달러환율이 1300원 위에 오래 머물렀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개월 정도였다. 지금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대단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경고하고 찾아온 위기가 아닌데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새 이만큼 올랐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제 인플레이션이 완화돼 경제 참여자들이 안정감을 찾느냐가 중요하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을 수 있다면 단기 충격은 감수하고서라도 올리는 게 맞다. 한 번에 세게 아프더라도 통증은 짧을수록 좋다.
미국이 6월과 7월 연속으로 75bp(0.75%p)를 올렸는데 6월엔 다들 공포에 질려있더니 똑같은 인상폭이었던 7월엔 1%가 아니었다며 환호했다. 주가도 올랐다.
8월엔 FOMC가 없고 올해는 이제 9월21일과 11월2일, 12월14일 세 번 남았다. 9월에 얼마나 인상할지는 곧 열릴 잭슨홀 미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선 지난달보다 적은 50bp 전망이 많은가 본데 실물경제가 불안해 한 번 더 75bp를 올린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폭이 적다고 해서 우리 금융시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엄연히 금리 역전 직전에 와 있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10월14일, 11월24일에 예정돼 있다.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아마 들어서 좋은 말은 안 할 것 같다. 주식시장이 오른 것을 보면 기대감이 컸단 얘긴데 이를 누르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고, 겁주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할 것도 없다. 투자자가 할 일은, 우려했던 위기가 닥쳐도 버틸 수 있을 만한 우량한 가치의 자산을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사놓고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언제 좋아질 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극복된다. 하물며 미국 대공황 때 주식 산 사람도 부자가 됐는데, 그보다 더한 위기가 오겠는가. 집값 떨어진다고 걱정하지만 한편에선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미리 후보를 몇 찍어놓고 기대했던 가격이 오면 매입하기 위해서다.
투자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행위다. 도망가든 맞서든 그 사이에서 어떤 기회를 잡든 각자의 선택이다. 세상은 투자자에게 그리 만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쉽게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