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암투병과 희귀질환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발굴하는 복지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적과 함께 '사회적 참사' 분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세 모녀는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로 알려진 이들의 시신은 신원확인이 안 될만큼 부패가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9장 분량의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극심한 생활고로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지난 2020년 2월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할 당시 빚 독촉을 받고 있었고, 결국 전입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기초생활수급 등 최소한의 복지 서비스도 받을 수 없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이미 운영 중임에도 지자체에서 이들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큰 이유다.
이번 사건 이후 정부는 또 다시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점검 및 보안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23일 "빅데이터 기반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모든 국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복지멤버십과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활용한 상담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과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강화해 운영해 왔고, 2018년 '증평 모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제 등 갖은 제도들을 만들며 복지 시스템을 강화해 운영함에도 유사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세 모녀도 정부가 빅데이터를 통해 예측한 복지사각지대 가구에 포함돼 있었으나 '고 위험군'으로 분류하지 않아 사실상 정부의 정책은 실효성이 없었다.
결국 또 다시 시스템에만 의존한 채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위기가구를 해소하려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아래미 서울여자대학교 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시스템상으로 확인해 찾아가는 방법은 초기성과는 있겠지만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며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에서 지난 23일 차세대 시스템을 활용해 복지사각을 잘 발굴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과거보다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으나 완전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즉 시스템을 통해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참사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사각 발굴이 목적이 아닌 '재발방지'가 우선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목소리다. 이를 위해선 사회적 참사에 대한 재난주기, 생애주기 등을 분석해 원인규명을 우선해야 한다.
김 교수는 "각 제도별 여러가지 논의들이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집중적으로 현안을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인 참사가 발생한 것에 대한 자료를 다 모으고, 생애주기와 재난주기 등을 심층적으로 조사해 원인을 파악하고,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제도별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공공부조를 개선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사회적 참사를 심층조사해 관련한 대응과 방안을 마련해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오후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수원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