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암 투병과 희귀 질환 등으로 생활고에 겪다가 사망한 '수원 세 모녀'의 비극적인 사건 이후 경기도와 관할 지자체가 뒤늦게 복지사각지대 점검에 나섰다. 이미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2018년 '충북 증평 모녀 사건' 등 유사사건이 계속되어 온 상황에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는 24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지사와 직접연락을 통한 핫라인 운영'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찾아 복지행정과 연결시키는 방안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도민을 찾아 지원하기 위한 제안 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복지사각TF를 통해 고위험군을 찾아내고 주거지 미상의 위기가구를 발굴할 예정이다. 특히 3개월 이상 건보료를 미납할 경우 철저히 현장 확인에 나서게끔 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전날 "권선구 세 모녀의 소식을 접하고 견딜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을 때 그래도 도지사에게 한번 연락해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책했다"며 "방법을 찾겠다. 공직사회의 상상력을 뛰어넘기 위해 도민들의 의견과 제안도 폭넓게 받겠다. 그 누구의 도움도 얻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세 분의 명복을 빈다"고 밝히는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대한 개선책 추진을 약속했다.
세 모녀의 등록 거주지였던 화성시도 이날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 TF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올해 1~4차 발굴대상자 중 거주 불명 등으로 종결된 가구와 위기정보입수대상자 조회를 통한 고위험 대상자 등 1만160명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화성시는 시스템 구축을 통한 '자살예방핫라인'을 개설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시민들이 상시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모녀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암 투병과 희귀병 질환 등으로 생활고를 겪던 이들의 시신은 신원 확인이 안될만큼 부패가 심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수사에서 60대 어머니는 암투병을, 40대인 두 딸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던 중 생활고를 더이상 견딜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 모녀는 빚 독촉을 받고 있어 2020년 2월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할 당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에 화성시에서도, 수원시에서도 이들의 존재를 알 지 못했다. 전기와 가스요금 등을 체납할 경우 위기가구에 해당하는 등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이미 운영중임에도 세 모녀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거주지파악이 어려워 복지 서비스를 놓치고 말았다.
세 모녀 집 근처에 붙어있던 도시가스 점검 방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