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전세가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적어 세입자가 계약 만료 시 보증금을 반환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29일 한국부동산원의 올해 7월 전국 평균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 일부 지역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80%를 넘겼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로, 이 비율이 80% 이상이면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이천(82.9%)과 여주(84.1%)가 유일하게 80%대를 기록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안성(75.8%), 파주(74.5%), 포천(73.3%) 등 수도권 외곽지역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천에서는 동구(76.0%)와 미추홀구(74.5%)의 전세가율이 높았으며, 서울은 전체 57.3%로 비교적 낮았다.
지방의 경우 도 지역 중소도시에서 전세가율이 높았다. △전남 광양(85.7%)·목포(83.5%)·순천(80.4%)을 비롯해 △전북 군산(80.8%)·익산(80.2%) △충남 당진(83.5%)·서산(82.8%)·천안(80.7%) △충북 청주(80.4%) △경남 김해(80.0%) △경북 포항(83.7%)·구미(81.4%) △강원 춘천(82%) 등이 전세가율 80%를 웃돌았다. 광역시 중에서는 대구 북구(80.3%)와 울산 동구(80%)가 두드러졌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같이 주택 거래가 줄고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깡통전세 우려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면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내주기 어려워지는 데다 거래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가격 하락기 때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상승기에는 임대인이 이득을 보지만 하락기에는 임차인까지 같이 고통을 받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일대 빌라촌. (사진=뉴시스)
아파트보다 빌라의 깡통전세 위험도는 더욱 높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빌라 전세가율이 90%를 넘겨 깡통전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서울주거포털의 지난 6월 서울시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신규계약 기준)을 보면, 강서구는 96%에 달한다. 다음으로 양천구(91.9%), 금천구(91.2%), 강동구(89.2%), 강북구(88.8%), 관악구(88.7%) 등이 뒤를 이으며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전체 87.6%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턱밑까지 오르면서 전세 사기 피해도 증가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 결과, 올해 1~7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액은 4279억원(2016건)으로 지난해 5790억원(2799건)의 약 74% 수준에 달했다. 지난달 사고건수는 42건(872억원)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세사기와 같은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는 강력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하겠다"며 "깡통전세 우려 지역을 선별해 선제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시는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통한 주택임대차 관련 전화 상담, 지역별 전세가율 공개, 전세보증금 적정 여부 확인 등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한 3대 정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추석 전 전세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세 사기 위험지역의 부동산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전세 사기범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는 "빌라는 아파트보다 매매가격 방어가 약하고, 정확한 시세파악 또한 어렵다 보니 깡통전세 사기가 빈번한 편"이라며 "전세주택을 구하고 있다면, 현재 시장 환경을 잘 알아보고 임대료의 적정 수준 등을 파악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