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후보지로 지정된 곳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로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늘어난 용적률로 주택공급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지정 구역을 늘리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토지주들은 사유재산권을 침해 한다며 후보지 지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7개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서울시에 진정서와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최조홍 흑석2구역 비대위원장은 "주민의 의사에 반하면 전면 재검토하겠다던 공약은 어디로 갔느냐"며 "공공재개발을 즉시 철회하고 지역사회 특성에 맞게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공재개발이 '헌법상 기본권인 사유재산권'을 침해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역에 지정되면 서울시가 민간 주도로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의 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혜택 등이 있지만 사업 시행자가 토지주가 아닌 공공이 맡는다는 점에서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아도 공공이 토지를 강제 수용해 사업을 진행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이 가능한 이유는 정부가 사업 촉진을 위해 참여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 공모 신청은 전체 주민의 10%만 동의하면 가능하고, 30%의 동의를 받으면 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
지정 이후 주민 3분의2 이상 동의를 받으면 사업 시행자 지정이 가능해지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올해 2차 공모부터는 공모 신청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을 기존 1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 구역은 공공재개발 지정 요건을 충족했지만 비대위 측은 5~6평의 '지분쪼개기'로 토지를 소유한 투기 세력의 유입으로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그 예로 동작구 흑석2구역은 주민 300명 중 상가소유자 약 140명이 토지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토지 9400평 중 1300평만을 소유한 사람들이 머리수로는 과반수 이상이기 때문에 공공재개발 추진이 강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 측은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주택특별법과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15조를 적용해 면적 요건 없이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만으로 SH공사, LH공사 등을 사업자로 지정하고 진행한다"라며 "50%의 동의만으로 수용에 가까운 방법으로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특별법을 적용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27개 구역 공공재개발 반대 비대위가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구역 지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공재개발 반대 비대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