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정부가 유럽 재정위기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 나성린(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유럽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규모가 미국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규모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유럽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규모가 1774억달러로 미국계 은행 차입규모 1035억달러보다 739억달러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유럽발 재정·금융위기가 미국발 위기보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또 남유럽 재정위기의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정부의 평가에 대해 "국제금융거래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시각"이라며 "피그스(PI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해외차입의 약 90%가 유럽계 은행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 국가의 재정위기가 전 유럽의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가 우리나라로 전이된다면 영국, 프랑스, 독일계 은행으로부터 연결될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 가운데 우리나라 해외차입 비중이 가장 큰 영국계 은행이 자산을 대거 청산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 의원이 제시한 BI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영국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규모는 915억달러로 유럽계 국가 중 해외차입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프랑스 317억달러, 독일 151억달러 등이다. 미국계 은행 차입규모는 1035억달러로 조사됐다.
그는 또 "지난 5월 합의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실행도 오히려 재정위기가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