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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HDC(012630)그룹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붕괴사고 이후 시공 계약 해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계열사 간 상품·용역 거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HDC그룹 전체 계열회사의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은 1676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공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859억1700만원)에 견줘 95.2%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2분기 HDC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1조346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2.46%가 내부거래로 나온 셈이다. 내부거래액 증가는 안정적인 매출 확보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와 사익편취가 가능하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영업실적이 안 좋을수록 모그룹이나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받아 외형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HDC의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들어 시티오씨엘 5단지(민간임대) 신축과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등이 도급계약 조건 등으로 인한 계약 해지됐다.
이와 함께 광주 붕괴사고 등으로 수주 경쟁력이 내려가면서 올해 2분기 HDC현산의 영업이익(별도기준)은 64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8% 감소했으며 반기로는 309억6861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HDC의 경우 매출액은 작년 2분기(1조1758억원)보다 1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9억원으로 전년동기(1199억원) 대비 42.5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3.57% 떨어진 628억원으로 나왔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2523억원, 1852억원에서 –124억원, -94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계열사별로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내부거래액이 가장 많았다. HDC현산은 지난 2분기 중 부산항 민간투자시설 건설공사, 인천신항항만배후단지(1단계2구역) 건설공사를 위해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주도해 설립한 컨소시엄인 부산컨테이너터미널(BTC), 인천신항배후단지와 각각 1021억8600만원, 80억3500만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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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8년 지주사인 HDC와 분할한 이후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19년 1327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1428억원에서 지난해 3812억원으로 급증한 상태다.
HDC그룹의 공간 사물인터넷(AIoT)플랫폼 기업 HDC랩스 역시 HDC현산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눈에 띈다. HDC랩스는 올해 2분기 중 19차례에 걸쳐 500억1600만원의 내부거래가 발생했다. 여기에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고척아이파크스마트홈솔루션(15억1800만원)을 비롯해 지명경쟁입찰로 이뤄진 광주계림IPARK SK VIEW 조경(33억4000만원), 경쟁입찰로 실시된 현산통합현장경비운영사업소(13억91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지주사인 HDC는 HDC현대산업개발과 HDC현대EP를 통해 부동산 임대와 상표권 수익 총 18억5500만원을 거뒀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수주 산업 특성상 내부거래가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만약 지주사나 계열사가 공장을 짓는다고 한다면 경영상 비밀 유지 차원에서라도 (내부거래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기업은 공시 의무가 있고 부당 내부거래가 있을 경우 공정위에서 처분을 내린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