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생생인터뷰)기업호민관의 이제는 동반성장!

이민화 기업호민관

입력 : 2010-10-04 오후 6:52:27
[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최근 대중소기업의 관계는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갑을 관계로 묶여있던 대중소기업의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공정'의 틀 속에서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할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바로 기업호민관이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기업호민관은 국무총리가 위촉하고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독립기관으로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최일선에서 기업과 정부와의 소통 창구 구실을 하고 있다. 토마토TV는 앞으로 매월 첫째주 월요일 이민화 기업호민관을 초청해 대중소기업 협력관계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대책 등을 집중적으로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출연 : 이민화 기업호민관
대담 진행 : 문경미 기자
 
앵커 : 최근 대중소기업간 협력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순서를 특별하게 마련했습니다. ‘토마토 생생인터뷰, 기업호민관의 이제는 동반성장’ 코넙니다. 이번 순서를 위해 산업부의 문경미 기자가 특별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기자 : (인사)
 
앵커 : 이 자리에 이민화 기업호민관 나와 주셨는데요. 스튜디오까지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문기자님, 이민화 기업호민관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기자 : 대중소기업 간의 협력이란 화두는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는데요. 이 문제의 정점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이 바로 이민화 기업호민관입니다. 기업호민관실은 지난해 7월 중소기업 현장의 규제 및 애로를 기업인의 시각에서 개선하기 위해 설립했는데요, 국무총리가 위촉하고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독립운영기관입니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아시겠지만, 벤처 신화의 살아있는 모델이자 세계 최고의 전자 의료기 회사 메디슨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로 활동하셨죠. 또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한 이후, 우리나라 산업의 제대로 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매월 첫 월요일 이 코너에서 다양한 말씀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주 수요일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보고대회'가 열렸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요?
 
이민화 : 기본적으로 동반성장에 관한 참 좋은 얘기들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이런 대회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요. 현장에서는 대단히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많이 나왔다고 평가합니다.
 
먼저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이 3개월 전입니다. 7월 초 저희 호민관실이 창립 이래로 수백 건의 민원 사항들을 접수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부 측에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만에 정부기관들이 논의를 거쳐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굉장히 희망적인 상황입니다. 
 
기자 : 기존의 화두가 '상생'이었다면 정부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동반성장'에 방점을 찍는 모습인데요. 정부 규제나 강제가 실질적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진정한 협력 모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 1~2일이었죠. 삼성이 협력사들과 함께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지원은 하겠지만, 실력을 갖춰야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민화 : 먼저 삼성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 그 자체는 높이 평가합니다. 노력을 하는 거고, 의식을 확산하는 과정이죠. 동반성장은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상생이 지원의 입장 '제로섬'의 느낌이라면, 동반성장은 '플러스섬', 그리고 혁신 역량과 시장 역량의 결합이라고 보여지는데요.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모임이 생겨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삼성의 이번 모임은 그 자체로 긍정적입니다. 또 실력있는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에도 원론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공정한 거래를 하겠다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기자 : 아무래도 대기업의 선두주자인 삼성이 나섰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주목되는데요.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이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핵심 사항들, 예를 들어 납품단가연동제 등 실질적인 것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민화 : 상당한 기대에 비해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한데요. 그래도 저는 이번 발표에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획기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 봅니다. 대중소기업 문제를 보면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신고의 활성화 문제입니다.(부당한 단가 인하를 당하거나 구두 발주를 취소당해도) 신고를 활발하게 하지 못하는 게 중소기업의 입장이었습니다.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서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입증 책임이 전환됐어요. 부당하게 단가를 인하했을 때 예전에는 중소기업이 그걸 입증해야했는데, 이번에는 입증 책임이 대기업으로 넘어갔습니다. 신고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내가 불이익 받을까봐 못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에 신고대행 제도가 생겼습니다. 중소기업조합들이 대행하게 됩니다. 또 신고했을 때 결과를 빨리 만들어주는 패스트 트랙제도가 생겼는데, 신고 활성화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봅니다. 
 
두 번째는 정보 비대칭성의 문제입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들의 원가를 다 알아요. 각 회사들의 원가계산서, 재무제표를 갖고 있고 현장 실사도 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이 제대로 될 수가 없죠. 앞으로는 소정의 절차에 의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원가계산서를 요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원가계산서도 말로 달라고 하면 그냥 줬는데, 이제 절차가 없이 요구하면 불법으로 보겠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대기업의 중소벤처의 핵심기술 등을 뺏아서 협상력을 박탈하는 경우입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 공유를 해당기업에 요구합니다. 소위 '갖다 바쳐야' 하는거죠. 그리고 이 특허를 갖게 된 대기업은 다른 중소기업에 이 특허 기술을 줍니다. 원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만들어지는 '임치제도' 하에서는 그 기술이 특정 중소기업의 것이라고 명시하게 되면 이런 일은 불법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상담하는 경우, 비밀 유지 협정을 맺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 결과 대기업에게 설명한 아이디어가 몇 달 뒤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중소기업들이 가슴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비밀유지 협정을 맺어두면 보호를 받을 수가 있죠. 
 
가장 큰 진전이 있다고 보는 부분은 이러한 움직임이 일회성이 아닌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희망적일 것이라 봅니다.
 
기자 : 그런 내용들이 지난주 목요일 발표한 대중소기업 거래 평가지침, 이른바 '호민인덱스'에 어느 정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민화 : 그 내용은 조금 다른데, 지금까지 말한 것은 합법적이냐의 문제입니다. 안지키면 안되죠. 구두발주, 구두취소, 기술 탈취는 불법입니다. 불법인 부분을 호민관이 다룰 수는 없습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도록 글로벌한 대기업들이 하고 있는 관행을 지키느냐에 대한 모니터를 하는 게 호민관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기자 : 호민인덱스의 평가 항목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이 공정거래에 대한 CEO들의 의지를 평가하는 부분인데요.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것을 점수로 평가하겠다고 밝히셨습니다. 올해는 5개 기업을 선정하셨는데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포스코(005490), KT(030200), SK텔레콤(017670)이 포함됐습니다. 어떻게 할 예정이신가요?
 
이민화 : 요청은 했지만, 아직 확정은 못받았습니다. 그러나 응할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동반성장 문제에 앞장서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CEO의 의지라고 봅니다. 제가 직접 인터뷰를 해서 의지를 확인하고, 또 배울 것이 있다면 배울 예정입니다.
 
기자 : 다음주 12일 호민인덱스와 관련한 공청회가 예정돼 있는데요. 앞으로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제와 관련한 현장의 얘기들이 많이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iris06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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