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지난달 전국을 강타한 100년만의 기록적 폭우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초강력 태풍이 찾아오면서 국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기도 내 지자체들과 주민들은 피해복구도 채 다 못 한 상황에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5일 용인시 고기교는 비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지난달 폭우 피해 복구에 한창이었다. 널부러진 자재들을 한쪽으로 치워뒀고, 하천 주변은 펜스조차 없어 판막이로 대충 막아놓은 상태로 지게차들과 트럭들이 오고갔다.
그러나 고기교 범람의 근본적인 문제였던 고기교 인근 낙생저수지는 아직 준설작업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고기교 하류에 있는 낙생저수지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상류인 동막천이 밤람했기 때문에 낙생저수지 준설이 우선되지 않는 한 고기교 범람은 2, 3차까지 발생할 수 있다. 준설 작업을 위한 예산편성 등 현실적인 상황에 가로막혀 있는 동안 역대급 위력을 가진 태풍 힌남노가 빠르게 격상하는 중이다.
인근 주민들은 또다시 고기교가 범람해 성남과 용인시를 오가는 길목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하고있다.
인근 주민 전모(50)씨는 "지난주까지 매일 피해복구 공사를 했는데, 어제부터 또 비가 계속 오니까 걱정이다"라며 "바람도 많이 분다는데 새벽에 또 물이 들이찰까 걱정되기도 하고, 내일 아침에는 어떤 상황일지 생각도하기 싫다"고 말했다.
문제는 용인시 뿐만이 아니다. 광주시 남한산성면 역시 주민들이 고립될 정도로 큰 피해를 봤는데, 아직 현장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태풍으로 또 다시 산사태가 오진 않을까 마음졸이는 상황이다. 여주시 산북면도 힌남노로 인해 하천이 범람하거나 도로가 유실될까 걱정이 크다.
경기도와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비가 집중적으로 올 것으로 예보됐고, 경기도 전역에는 총 100~300mm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지자체들은 힌남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단계를 최고수준인 3단계로 격상하고 시·군 직원 1738명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공무원들은 현재 인명피해 우려지역과 침수 우려 취약도로, 배수시설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피해가 상당했던 광주시는 비 피해가 많았던 곳과 산사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수방자재를 배치하고 비상근무 체계를 가동 중이다. 여주시 역시 배수로와 맨홀 등 피해우려지역 출입을 통제하는 등 예찰활동 강화에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수도권과 중부 지역을 할퀸 수마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자연의 위력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오는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한 사전 대비로 피해를 막아야 한다. 도민여러분은 야외활동 작업 자제, 위험지역 접근 금지 등 일상생활에서 '잠시 멈춤'을 해 달라"고 말했다.
5일 용인시 고기교 일대. (사진=박한솔 기자)
용인=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