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외교부, 산업부가 현대기아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패싱'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분석이 다시금 재조명됐다.
지난 2일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잇따른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발표한 후 미국에서 이런 법이 나온 것을 '배신'으로 보고 있다"며 익명의 고위 공직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국민대 겸임교수도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한 뒤 한국 국민은 미국에 비슷한 규모의 경제적 혜택을 기대했다"면서 "인플레 감축법은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 같은 행위로 여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지난달 4일 방한한 펠로시 하원의장을 패싱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지난달 펠로시 하원의장과 직접 면담을 하지 않은 것은 ‘치명적인 실수(deadly mistake)’였다”며 “만약 두 사람이 만났다면, 인플레 감축법 통과 이전에 변화를 모색하는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법'의 미국 상원 통과가 8월7일, 하원 통과가 8월12일, 대통령 서명이 8월16일으로,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인 것은 맞지만 윤 대통령이 펠로시 하원의장과 만났더라면 적어도 지금처럼 허둥지둥 대응하지는 않았을 것라는 것.
펠로시 하원의장을 환대한 일본 역시 '인플레법' 유탄을 맞았지만 적어도 닛산의 2개 모델은 지원금 보조 혜택을 받는다. 반대로 현대기아차는 단 하나의 모델도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윤 대통령의 '패싱'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지난 7월 27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처를 했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현기차가 결정적으로 보조금 혜택을 못 받게 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조항이 외부에 공개된 시점이 지난 7월 27일로, 당시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즉, 이러한 조항을 포착해 미리 기민하게 움직였다면 윤 대통령이 펠로시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진 못했더라도 전화통화를 통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부는 '인플레'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후부터 전기차 관련 기업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현재 '인플레법' 수정 및 보완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진지한 협의를 준비"하겠다지만 이미 통과된 법안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인플레법'이란 기후변화 대응,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법이다. 해당 법안 중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조항이 있다.
조항에 따르면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내년부터는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광물 40%를,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를 조달할 경우에만 1대당 각각 3750달러의(약 500만원)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