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추석 명절이다. 이번 추석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윤석열정부가 맞이하는 첫 번째 명절이다. 국민들은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기름은 금값이나 다름없다. 코로나 국면에도 승승장구 했던 대기업이나 높은 금리로 역대 유례없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이야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맞이하는 명절이겠지만 골목 상권이나 서민 자영업층은 거의 코로나 국면을 거치면서 초토화된 상태다. 이럴 때 경제 위기에 몰린 국민들이나 폐업 위기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을 버틸 수 있게 기회와 용기를 주는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권에 있다. 그렇지만 민생 구제는커녕 사생결단의 '사법 대전쟁'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3월 대선이 끝난 지가 6개월 여 지났지만 다시 대선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실시된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9월1일 실시된 조사(전국1000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7%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어보았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1위는 이재명 대표가 차지했는데 윤 대통령 긍정 지지율과 같은 수치인 27%였다. 진영간 대결 구도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상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적 리스크는 선거 때부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검찰에 6일 출석하라는 소환장 역시 선거 때 발언과 관계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 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 의혹에 대해 이 대표가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에 대해 허위 내용으로 국민의힘이 고발한 건이다. 국민의힘은 국토교통부와 성남시에 확인해 본 결과 '당시 박근혜정부가 어떤 압박이나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이재명 대표측과 민주당은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땅을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강한 압박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기소가 된다면 재판에서 밝혀질 내용이지만 당장 현실은 한 치 양보 없는 대치 국면이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한데 대한 국민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검찰의 이재명 대표 출석 통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야당에 대한 정치 탄압' 의견이 51%, '진실과 정의 규명'이라는 응답이 43.1%로 나타났다. 여론까지 두 동강이 나고 있다.
'윤명 사법 대전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약한 고리는 김건희 여사다. 민주당은 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통령은 재임 중 '불소추 특권'이 있으므로 실제 사법적 위협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는 다르다. 사법적으로 수사 중에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있고 불송치되었지만 강사 채용 관련 이력서 허위 기재 논란도 있었다. 더 큰 논란과 의혹은 논문 표절이다. 석사 학위 논문과 박사 논문에 심대한 표절 의혹이 불거졌고 여전히 그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했던 고가의 보석류와 장신구에 대한 재산 신고 등록 누락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여기에다 대통령 부부의 새 관저 공사 계약을 맺은 업체가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있던 시절 관계가 있었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과 법무부의 수사 형평성과 공정성을 따져 묻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수사하지만 정작 김건희 여사에게 검찰의 정의가 무색해졌다는 주장이다.
명절은 화해와 통합의 상징이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명절에 고생스럽지만 모여서 가족의 사랑과 회포를 나누는 이유는 바로 화합과 통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상을 위한 차례도 지내게 되지만 가족들이 모여 일용할 양식을 명절 음식으로 마련하게 되고 얼굴조차 몰랐던 조카들의 동향까지 챙길 수 있는 미풍양속이 바로 추석 같은 명절이다. 그래서 추석만 되면 볼만한 특선 영화들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 명절은 인기 드라마는 뒷전이 되고 윤석열과 이재명의 사법 대전쟁이 추석 밥상머리 1위가 되지 않을까 한탄스럽다. 제발 아니기만 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