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6월1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전 비서관은 13일 "대통령을 전담하는 부속실이 영부인까지도 책임지는, 혹은 영부인의 지시 사항이나 일정까지 만들어 내는 건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라며 대통령실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제안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의 부인이 선출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출직 이상의 대우와 혹은 역할이 부여된다. 오히려 프랑스처럼 비록 선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원하고 관리하고 또 평가받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게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2부속실은 영부인을 보좌하는 기구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영부인의 '조용한 내조'를 내세우며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고, 취임 후 실제로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탁 전 비서관은 '제2부속실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진행자의 말에 동의하며 "미국 같은 경우도 선출된 영부인이 아니지만 그것을 지원하는 전담팀과 또 그것을 홍보하는 전담 홍보 부서까지도 있다"고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제2부속실을 설치하면)책임이 명확하고 그 결과가 분명하다"며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과 영부인을 하나로 묶어 버리고 그것을 대통령실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한다. 그러니까 자꾸 거기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전 정부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탁 전 비서관은 또 김건희 여사의 장신구 논란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상 논란에 빗대며 "국민의힘이 헬게이트를 열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사님의 일 중에 혹은 대통령과 관련돼 있는 일 중에 구태여 밝혀지거나 끄집어내지 않아도 되는 일도 있다"며 "(김정숙 여사의 의상 문제는)이미 정리가 끝났지만 사람들이 그때부터 여사님이 어떤 복장을 하는지, 어떤 장신구를 차는지, 그것이 얼마인지, 그것을 샀는지, 빌렸는지 이런 것들을 자꾸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홍보와 의전 등 차이에 대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은)디테일이 없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이라는 한 개인의 장점이 친밀감이고 호방하다면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해서 바라는 기본적인 이미지와 또 설득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을 자꾸 개인의 아이덴티티로 덮어씌우려고 하니까 그게 어색해 보이고 때로는 적절하지 않아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시사·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전임자의 언론 담당자인 탁현민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의 칼럼이 게재됐다. 칼럼에서는 "탁현민은 공개적으로 비춰지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통제해 모든 사진과 메시지가 매 순간에 부합하고 올바르게 전달되도록 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를 뒤늦게 깨달았고 뉴스 앵커 출신의 정치인 김은혜를 홍보비서관으로 기용했다"고 소개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