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기획재정부가 세수 추계를 하면서 기준 지수를 잘못 사용하거나 필요한 보정을 하지 않는 등 예측력이 떨어지는 계산을 해온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기재부는 2019년 세수 추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도 국회나 외부 회의체에는 구체적인 계산 방식을 공개하지 않아 잘못된 계산식이 제때 고쳐지지 않았다. 이에 나랏빚인 국채 발행이 불필요하게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세입예산 추계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세수 추계는 정부가 한 해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예측하는 것으로 국가 재정 정책 수립의 배경이 된다.
하지만 2018년에는 당초 기재부가 내놓은 세수 추계보다 25조4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혀 오차율이 9.5%에 달했다. 특히 작년에는 61조3000억원, 21.7%에 달하는 역대 최대 오차가 발생했다.
이에 감사원이 2017년 이후 평균 10% 이상 오차가 발생한 양도소득세, 증여세, 법인세, 상속세, 종부세의 추계 모형을 들여다본 결과 각 세목의 독립변수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예컨대 토지가격지수와 주택가격지수는 각각 결과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서로 간에도 영향을 줘 결과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데도, 기재부는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추계를 할 때 두 지수를 모두 사용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재부는 양도세와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변수를 너무 많이 독립변수로 설정해 각 독립변수 간 영향을 미쳐 예측력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재부는 작년 7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정확한 세수 추계를 다시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재부는 국세청에서 해당 시점까지 실제 국세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자료를 받아보는 대신, 이전 본예산 추계를 할 때와 같이 회귀분석 모형을 쓰거나 과거 5년간의 수납액 평균금액을 토대로 추산을 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계산을 거쳐 작년 세입이 314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계해 본예산 예측 규모인 282조7000억원보다 31조6000억원 상향조정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보다도 약 30조원이 더 걷혀 실제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과다한 국채 발행이 최종 실행까지 된 데는 기재부 내부 소통 문제도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2차관 소속인 국고국과 1차관 소속인 세제실 사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전 계획 그대로 국고채가 과다 발행됐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의 수입과 지출을 통합 계정으로 관리하면서 부족한 재원은 국고채를 발행하는 등으로 조달해 국고금을 운용한다.
감사원은 작년 전체 월 말 통합 계정 평균잔액이 16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통합 계정 잔액이 많이 남았는데도 기재부가 국고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등의 계획 변경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작년 7∼9월 추가 발행된 22조원 규모 국고채라도 발행을 중단했다면 1415억원의 이자 비용이 절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고국은 세제실이 예상한 세입 규모와 다르게 상당한 규모의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이 현상이 일시적인지, 지속적인 것인지 자체 검토하거나 세제실에 분석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국고금 운용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추계 오차에 대해 해명했다.
기재부 측은 "감사원이 지적한 추계모형의 문제점은 2023년 국세 세입예산안 편성 때 추계모형을 개선해 해소했다"며 "2021년 추경 시 세입실적 자료 활용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올해 세수 전망 때 신고 실적, 진도비를 활용해 이미 조치했다"고 답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도 올해 2차 추경 세입경정은 추계방법·절차 등 측면에서 적정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세수추계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계모형 검증을 강화하는 등 보완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15일 기획재정부의 세입예산 추계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