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손을 뗀다. 미래의 일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회사 측 발표를 보면 일단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맺은 프로듀싱 계약은 올해 안에 마감될 모양이다. 이로써 프로듀싱 명목으로 SM엔터에서 라이크기획으로 수백억씩 빠져나가던 구멍은 막을 수 있게 됐다.
시장은 이같은 결정에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다.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 SM엔터 주가는 18% 급등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라이크기획과의 계약관계를 문제 삼았던 얼라인파트너스의 지적에 대해 SM엔터의 경영진은 ‘프로듀서 이수만’의 가치를 설명하느라 바빴다. 바깥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무엇보다 프로듀싱 계약 종결 소식에 반응한 지금의 주가를 보면 무엇이 옳은 방향이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SM엔터의 발표문을 보면, 회사 측에선 계속 함께해 주기를 요청했으나 이 프로듀서가 자기 없이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며 소액주주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계속 요청했다는 말도 어이없지만 무슨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처럼 표현한 것도 황당하다.
이번 결정은 지난 3월 주총에서 감사 선임을 주도했던 얼라인파트너스가 8월 중에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9월15일까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관계 개선 등에 대해 주주들에게 서면으로 발표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던 것에 따른 결정이었다. 즉 계속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소송에 직면할 수 있고, 경영진이 배임죄로 고발당할 가능성도 있어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주주들은 기꺼이 박수치며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K팝이 전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진 선구자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소액주주들 속 끓이고 있는 다른 상장기업의 대주주들에게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다. 지금까지 온갖 편법, 탈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한 건 눈감아 드릴 테니 부디 욕심 좀 버리고 주주 자본주의 좀 제대로 하셨으면 좋겠다.
ESG 경영 그리 강조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지금도 버젓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강탈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소액주주 권익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과 금융감독기관 수장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데도 아랑곳없다.
풍산과 DB하이텍,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이 연합했다. 모두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추진할 예정인 기업들이다. 앞서 물적분할로 주주의 이익이 무참히 훼손되는 것을 지켜본 이들이 한 데 뭉쳤다.
10년 전 2012년 9월의 코스피는 2000선 부근이었다. 그러니까 지난 10년 동안 십여 퍼센트 올랐다는 얘기다. 그 10년 동안 기업들은 쑥쑥 성장하며 이익을 키웠는데 주주들은 그 이익을 함께 누리지 못했다. 그러니 하나둘 해외 증시로 떠나간다.
이 나라 최고 기업의 경영자부터가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며 지배력을 강화시켜 온 역사가 있다. 주주들은 20년 넘게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20년 전엔 정권과 법조계와 언론의 비호 아래 흐지부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을지 몰라도 지금은 달라졌다.
관련 법 개정이 우선이지만 마냥 기다릴 순 없다. 하나하나 호명해 무대에 올려 조목조목 따지고 비판해야 한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족쇄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