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앞으로 택지를 개발해 분양하는 주택은 모두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될 전망이다. 강남구 구룡마을·성뒤마을 등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곳에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높여 고밀개발해 공급량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 사옥에서 '내곡지구 사업성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이미 건물만 분양할 준비가 끝났으며 꽤 많은 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내곡지구에 대한 사업성 분석 결과를 근거로 건물만 분양했을 경우 개발이익이 대폭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SH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내곡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1조3036억원의 개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주택(2214가구)·임대주택(2138가구) 공급과 민간 택지매각(10만3306㎡) 비용이 포함됐다.
내곡지구 투자비는 보상비·간접비·금융비용의 증가로 사업성 검토 당시와 비교해 2156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임대주택 2138가구의 자산가치 1조2953억원이 추가 반영되면서 개발이익은 사업착수 당시 목표로 했던 2465억원에서 1조3063억원으로 5배 증가했다.
내곡지구 택지조성원가는 3.3㎡당 890만원이었으나, SH공사 소유 공공주택(전용 84㎡)의 시세는 현재 가구당 약 18억원이다. 가구당 토지 추정 가격은 약 14억원이며, 3.3㎡기준 토지가격은 7950만원으로 택지조성원가 대비 토지가격이 크게 증가했다.
SH공사는 내곡지구에 건물분양주택을 공급할 경우 사업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분양주택을 건물분양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하거나 용적률을 상향해 건물분양주택 공급을 확대할 경우 개발이익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곡지구 분양주택 2214가구를 건물분양주택으로 전환했을 경우 현금 사업수지는 2877억원이 감소하지만 공사소유 토지 자산가치가 증가하면서 개발이익은 2조3896억원(공시가격 기준)으로 증가한다고 SH공사는 설명했다. 특히 용적률을 450%로 높일 경우 건물분양주택을 8960가구 공급할 수 있으며, 토지 자산가치 증가와 현금사업 수지 개선으로 개발이익은 3조1628억원(공시가격 기준)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사장은 "고밀도로 용적률 높이고 건축비를 더 들여서 고급스럽게 지었다면 내곡지구의 개발이익은 3조원이 넘었을 것"이라며 "용적률 100~200%대 아파트를 500% 이상 초고층으로 지어 건물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건물분양주택은 건물과 땅을 모두 분양하는 기존 분양주택과 달리 토지를 뺀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을 말한다. 내곡지구를 기준으로 건물분양주택을 공급하면 전용 59㎡∼114㎡ 아파트는 가구당 2억6000만~4억9500만원 정도로 분양이 가능하다.
다만 김 사장은 정부가 건물분양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때 국토교통부가 2·4대책 시 건물분양주택을 공급한다고 법을 개정했다"라며 "그러나 개정안은 시세 차익을 인정하지 않고, SH가 공급한 주택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만 사들이게 해놨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토부가 건물분양주택 공급을 할 생각이 있는 건지, 하지 말라고 개정안을 만든건지, 대책이 발표되고 대통령이 퇴임하기까지 1년3개월 동안 한채도 공급되지 않았다"라며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건물분양주택 50만채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지방공기업으로서 역할 크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부의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22일 강남 개포동 본사 사옥에서 '내곡지구 사업성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