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절반이 윤석열정부가 아닌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의견은 41.3%에 그쳤다. 민심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에서도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선호도가 52.7%로, 절반을 넘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0%가 선택지로 제시된 두 정부의 대북정책 중 '문재인정부'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을 택한 응답은 41.3%였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7.7%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경제적 지원 등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주민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담대한 구상'을 재언급하지 않는 대신 '자유'와 '연대'를 강조, 다시 강대강 구도로 회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등을 통한 군사적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종전선언, 북미 수교 등의 단계적 접근을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에 나섰다. 이를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례 만났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높게 나타났다. 20대 문재인정부 50.9% 대 윤석열정부 37.2%, 30대 문재인정부 56.7% 대 윤석열정부 32.2%, 50대 문재인정부 54.3% 대 윤석열정부 40.3%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더 큰 동의를 표시했다. 40대에서는 문재인정부 63.7% 대 윤석열정부 29.9%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선호도가 60%를 상회했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절반 이상이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에 손을 들어줬다. 60대 이상 문재인정부 38.3% 대 윤석열정부 55.8%였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TK)과 강원·제주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더 높게 바라봤다. 서울 문재인정부 50.6% 대 윤석열정부 42.2%, 경기·인천 문재인정부 51.5% 대 윤석열정부 40.8%, 대전·충청·세종 문재인정부 50.3% 대 윤석열정부 42.3%로, 절반 이상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동의했다. 민주당 기반인 호남에서는 70% 이상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다. 광주·전라 문재인정부 76.8% 대 윤석열정부 17.6%였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문재인정부 47.8% 대 윤석열정부 41.1%로, 오차범위 밖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선호했다. 반면 보수진영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서는 문재인정부 35.3% 대 윤석열정부 60.1%로,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에 크게 힘을 실어줬다. 강원·제주에서도 문재인정부 39.9% 대 윤석열정부 49.5%로,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 선호 응답이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환송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에서는 문재인정부 52.7% 대 윤석열정부 35.7%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보수층 문재인정부 17.1% 대 윤석열정부 75.6%, 진보층 문재인정부 84.3% 대 윤석열정부 10.9%로, 진영별 의견이 확연히 달랐다. 지지 정당별로도 입장이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층 문재인정부 4.2% 대 윤석열정부 90.7%, 민주당 지지층 문재인정부 91.2% 대 윤석열정부 4.1%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23명이며, 응답률은 3.7%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