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한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외교참사를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할 말이 없다”라며 기가 찬 표정이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청력시험’을 하게 하냐는 질타가 가득하다”, “민주당 169명이 XX들이라는 것이냐”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인 여러분들이 이 문제(윤 대통령의 막말)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는데, 할 말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뭐라고 말을 드리겠나”라며 “국민들은 망신살일 것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 그리고 자존감에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떠나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해당 발언은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한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며, “이 XX들” 또한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제 경험으로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며 “거기서 또 다른 길을 찾아서 헤매본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 민주당을 향한 막말이었다는 대통령실 해명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들이 정녕 XX들인가”라고 따졌다.
그는 “윤 대통령이 참사 당사자로서 외교적 후폭풍이 걱정되어서 어떻게든 모면해보려 했다고 해도, 거짓해명을 했어야 되겠나”라며 “거짓말은 막말 외교참사보다 더 나쁜,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169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려보자는 저급한 발상 또한 낯부끄러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밤 사이 나온 대통령실의 해명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100번 넘게 반복해서 들었다며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국민 청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조롱과 질타가 온라인상에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막말 외교 참사는 대한민국이 수십년 간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동맹과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트릴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라며 "단순히 망신을 넘어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국제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경질도 촉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이번 외교 참사와 거짓말로 국민을 기망하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데 대해 국민께 직접 사과해야 한다”며 “그리고 대통령실 외교라인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 특히 이번 순방과 관련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오류와 참사로 대한민국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한 박진 외교부 장관의 무능은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이니 바로 경질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최고위원들도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막말을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금 대한민국 모든 방송에서 자막을 달고 방송하고 있는데 그럼 이건 가짜뉴스, 오보란 말인가”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대통령에게 갈 화살을 대신 막겠다는 우국충정으로 그런지 모르겟지만, 대통령을 더 깊은 늪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였어야 했다”고 충고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국제적 사과를 요구했다. 서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사과를 해야 국익의 손해를 막는다”고 당부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