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005380)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과 값싼 중국의 전기 배터리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과 중국의 가성비 배터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0여일 사이 두 차례의 미국 출장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5월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IRA의 주요 내용은 미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연말까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전기차 모델(21개)에서 현대차·기아 모델은 모두 제외된 상태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한화로 약 1000만원 이상의 가격 핸디캡을 안고 판매해야 한다. 현지에서 생산된 동급 전기차 모델들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격차다.
이번 출장에서 정 회장은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찾아 현지 사업 현황 및 IRA 체제 대응을 포함한 판매 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정치적인 부분도 포함돼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 소재와 부품 등을 쓰지않게 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중국명인 아이니커 발표와 함께 공개된 EV 콘셉트카 프로페시 모습. (사진=현대차)
하지만 현대차는 값싼 중국 배터리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의 배터리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주행거리도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차가 생산하는 전기차 10대 중 9대에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기아 '니로EV' 신형 모델에 '닝더스다이(CATL)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중국서 3000만원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판매할 예정인데, 여기에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IRA 시행으로 인해 장기공급 곙갸으로 물량을 확보해둔 중국산 원자재를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90% 이상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품목이 800가지가 넘는다"면서 "탈중국을 서둘러 진행해야하는 것은 필연적인 숙제다.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