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육·해·공 방산 시너지 극대화

통합 방산체계로 유지·보수 사업 본격화
대우조선 잠수함 역량으로 수출 강화
R&D 통한 첨단기술로 민간상선 역량↑

입력 : 2022-09-26 오후 5:14:4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000880)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는 바다와 지상, 우주를 잇는 종합 방산 시너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 유상증자로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한화디펜스의 첨단 AI 기술이 접목된 다목적무인차량(ARION SMET). (사진=한화)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방산과 쳬계종합 등 사업 성격이 비슷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시스템이 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한다. 그룹 신성장동력에 투자하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세 곳 등 6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한화는 그룹 주력인 방산에서 생산력과 수출 네트워크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국가별 함대 현대화에 따른 신규 함정 소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기적으로 함대 증강 계획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군비는 해마다 늘고 있다. 영국 군사정보 분석기관 IHS 제인스는 올해 전세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약 0.7% 증가한 약 2조 달러로 추정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세계 국방예산이 2027년 2조1232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지상과 우주, 해양을 아우른 ‘육해공 통합 방산 체계’를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국내외 함정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 해군은 스마트 네이비를 목표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무장을 보강한 차세대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대형 함정 발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사업으로 방산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해 8월 한국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해군에 인도하고 같은해 10월에는 5600t급 잠수함구조함 '강화도함'을 진수했다. 현재 건조중인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 2번함은 2026년 건조를 마치고 2028년 해군에 인도한다. 국산화율 목표는 80%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7번째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잠수함발사 탄도유도탄)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췄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2년 한국 최초 전투 잠수함 이천함 건조, 1996년 첫 국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 진수 기록을 갖고 있다.
 
해외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1400t급 중소형 잠수함 중심으로 수출하다 최근 2000t급 중형 잠수함과 3000t급 대형 잠수함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현재 동남아·서남아·중남미·중동 국가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대우조선해양은 방글라데시 호위함, 말레이시아 훈련함, 영국 항공모암 군수지원함, 노르웨이 군수지원함, 태국 호위함, 인도네시아 잠수함 신조·창정비·성능개량 등 굵직한 사업을 맡아왔다.
 
한화 관계자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t급 잠수함과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지난해 8월 해군에 인도한 대한민국 최초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사진=대우조선해양)
 
R&D 시너지도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 해양 방위산업 전문 연구소를 통해 잠수함 핵심 기자재 국산화와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장보고-III 평가장비 개발, 통합생존성 연구 등 방산분야 핵심기술 개발을 마쳤다.
 
또 잠항 운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잠수함 연료전지용 메탄올 수증기 개질 플랜트를 개발했고 잠수함 압력선체 피로설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영국 방위산업체 밥콕과 함정사업 분야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도 하고 있다.
 
한화는 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 상선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의 기술을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발표를 ‘밀실협상’으로 규정한 노조의 반발 등 과제가 남았다.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은 이날 오후 2시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번 매각을 재벌에 대한 특혜로 규정하고 투쟁을 예고했다.
 
한화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의 성공경험을 축적한 한화그룹은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라며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 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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