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넘어야 할 과제로 오미크론 대응용 2가 백신과 해외 승인 절차가 지목된다. 국내 접종만 놓고 보면 2가 백신에 밀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반면 해외 승인 전망에선 전문가들도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모더나의 오미크론(BA.1) 대응용 2가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전날 총 4만6574명이 접수를 완료했다.
이 백신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우한주와 오미크론 세부계통 BA.1 변이에 대한 항원을 각각 발현하도록 설계된 mRNA 백신으로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모더나 2가 백신 사전예약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 26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이하 스카이코비원)' 부스터샷 예약 접종이 개시됐다. 당일 접종은 이에 앞선 지난 19일부터 이뤄졌다.
스카이코비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초기 공동 개발한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해 지난 6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업계에선 두 백신의 접종 시기가 겹치자 경쟁 구도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백신 허가라는 업적을 달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더나 2가 백신이 출하돼 경쟁은 불가피해졌다"며 "스카이코비원은 우한주로 만든 백신이고 모더나 2가 백신은 오미크론 항원도 포함해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모더나 백신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은 처음부터 국내 접종보다 중저개발국 공급이 먼저 계산에 깔린 백신이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2가 백신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틈새를 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일각에선 스카이코비원이 해외 허가를 받지 못해 중국, 러시아산 백신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입국 과정에서 백신 접종 이력을 증명하지 못하는 백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품목허가 획득 직후인 지난 7월 영국과 유럽 당국에 허가를 신청하고, 이달 들어서는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 등재 신청도 마쳤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 해외 승인 전망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라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의 경우 국내에서 개발한 백신이기 때문에 국내 품목허가를 먼저 받고 순차적으로 해외 품목허가를 승인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임상 자료가 부족하거나 효과가 떨어져서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린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와 다른 상황이라 긴급사용승인을 포함한 해외 허가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은 (미국 기업인) 화이자 백신도 가장 먼저 허가할 만큼 전향적"이라며 현지 당국 승인 가능성도 암시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