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하도급 맡겼더라도 공사 총괄했으면 산재 책임져야"

입력 : 2022-10-10 오전 11:53:15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공사를 도급받아 재하도급한 하도급 업자라도 현장에서 작업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산업재해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계설비업체 대표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 회사는 2019년 경기도 한 공장의 기계·설비 공사를 맡았다. 에어컨 설치 공사는 B사에 도급했고, B사는 작업 일부를 C사에 하도급했다.
 
그해 11월 공사 도중 공사를 진행하던 중 사고가 나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에 A씨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A씨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예방책임이 있는 '일부 도급 사업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 전부를 도급한 사업주의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A씨는 “에어컨 설치 공사 전부를 도급했기 때문에 시공에 관해서는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라며 “관련 사고를 막을 업무상 주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산업재해 예방책임이 있다고 보고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역시 A씨의 산업재해 예방책임을 인정했다. A씨가 에어컨 설치 공사 전부를 도급하긴 했지만, 일부 도급사업주인지 전부 도급사업주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도급계약 대상이 된 사업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2심은 A씨가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 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지위에 있었고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상 일부 도급사업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2심은 에어컨 공사를 도급·재도급받은 업체 2곳 대표에 대해선 A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고 형량을 금고형의 집행유예로 낮췄다. 공사를 도급받은 두 회사 대표는 직원들과 달리 자신이 스스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으며, A씨로부터 지시나 감독을 받지도 않았다는 게 2심의 판단이다.
 
대법원도 "피고인을 '일부 도급 사업주'로 판단하고 도급받은 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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