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전해철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로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이 촉발된 것과 관련해 "대단히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우려는 지난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찾은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통해 전달됐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 감사원이 서면 조사를 통보하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언급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평소 문 전 대통령의 어법과는 달라 격노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5일 유병호 사무총장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사진기자 카메라에 포착되며 하명감사 등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을 놓고도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여야는 11일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시종일관 맞붙었다. 민주당은 문자로 확인된 이번 사건을 대(대통령실)-감(감사원) 게이트로 규정,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파상공세를 펼쳤다. 여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집중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 등 전임 정부를 압박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 요청을 받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반응을 보였다"며 "자진 월북으로 바뀌고 단정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1년9개월 만에 해양경찰청이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며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길래 입장을 바꿨는지 이게 바로 감사 대상"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민주당은 12일 오후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사무총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이 공수처를 직접 방문해 고발장을 제출한다.
민주당은 전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감사원이 윤석열정부가 사퇴를 압박해온 전 정부 인사의 민간인 시절 기록까지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감사원법 위반으로 대감 게이트 실체가 전 정부를 겨냥한 정치 탄압임이 너무나 자명해졌다"며 최 원장, 유 사무총장, 이 수석을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