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사진=외교부)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군사협력을 두 축으로 설정했다.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으로 인해 동북아시아의 경색된 안보 정세 속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을 유일한 해법으로 내세운 것이다. 급기야 여권에선 현실성도 따지지 않은 채 핵무장론까지 제기하며 긴장 국면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실종됐고, 정부의 대화 노력도 사실상 보이질 않는다.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했다. 양측은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전술핵 사용을 상정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등 핵 위협을 고조시키는 '엄중한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향후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시 국제사회와 협력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3국은 군사적으로도 동해 공해상 대잠수함전 훈련, 미사일 방어훈련 등에 나서며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한미 해군은 대북 억제활동의 일환으로 지난달 26~29일 및 이달 7~9일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고,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엔 일본 해상자위대까지 포함한 한미일 3국 간 대잠수함 훈련과 미사일 방어훈련도 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현재 심각한 안보위기에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포함한 국제 공조로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한미동맹에 한미일 군사협력까지 추가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을 때마다 '한미,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북핵 해법으로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핵무장론까지 제기된 실정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9·19 남북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 의원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자위적 수단을 강구해야 된다"며 "핵에 대해 다른 비대칭적 무기인 재래식 무기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 스스로도 핵 능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 외교안보 분야 공약을 발표할 당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월 대선후보 TV토론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에는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적 지원 등이 이뤄지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지만, 정작 이를 역설해야 할 유엔총회에서는 언급 자체를 피했다. 통일부 역시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막힌 상황에서 타개책은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한미일 군사협력 추진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을 초래, 열강들의 이해 틈바구니 속에 우리를 몰아넣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에 정부가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의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강대강'으로 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중 대결에 빠진 상황에서, 한반도까지 위기가 고조되면 우리가 미중 경쟁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과거보다 훨씬 좋은 위치에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더 이상 미국과 공조를 할 필요가 없으니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진다. '강대강'으로 간다고 해서 북한이 굴복할리 만무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역시 목적과 방향, 수단 측면에서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로 꼽히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무엇을 안보협력이라는 것인지 아무리 봐도 설명이 없다"며 "미사일 방어는 워낙 분초를 다투는 작전이기 때문에 지휘체계가 난립해서는 작전이 안 된다. 공동의 교전수칙과 지휘체계 조정까지도 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을 하자는 이야기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 책임있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