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에 유리한 증거 늦게 낸 검사…대법 "국가 배상해야"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력 미치는 자료…증거 제출 의무 위반"

입력 : 2022-10-19 오전 9:40:59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때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검사의 잘못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에게 국가가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감정서는 원고의 자백이나 부인,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라며 "검사가 이를 누락했다가 원고 측 신청에 따라 증거로 낸 것은 증거 제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검사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인 유전자감정서를 뒤늦게 제출한 것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2년 2월 대법원은 검사가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됐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A씨는 2015년 10월30일 B씨를 준강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B씨의 신체에서 채취된 시료에서 A씨의 정액과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유전자 감정서가 첨부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의뢰회보가 확보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소제기 당시 이를 증거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A씨는 1심 재판과정에서 국과수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해 법원에 사본을 송보했고, 검사는 그 이후에야 유전자감정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A씨는 검사가 국과수의 유전자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또 검사가 자신에게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심은 검사가 A씨에게 자백을 강요했다는 것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사가 유전자감정서를 뒤늦게 제출한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고 국가가 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또한 이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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