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서씨처럼 '똑똑한 구매'가 늘어나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구독서비스를 이용해 결제하고있다. (사진=BGF)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강서구에 거주하는 서모(32.여)씨는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주말에만 구입한다. 주중에 4캔 1만1000원이라면 주말에는 5캔 1만원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시간대에 맞춰 할인율이 큰 상품들을 골라담고, 정해진 횟수만큼 할인 받을 수 있는 구독 쿠폰서비스를 이용해 도시락이나 커피 등을 구매한다. 그는 또 퇴근길에 마트나 백화점, 편의점에 들려 마감할인 상품을 담아 저녁에 먹는다.
내년에도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서씨처럼 '똑똑한 구매'가 늘어나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침체기에는 '짠테크' 소비가 확산될 수 있지만 '작고 유연한 소비'를 원하는 똑똑하고 깐깐한 소비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다.
19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간한 '트렌드코리아2023'에 따르면 내년은 불경기로 소비 트렌드가 복고·본능·효율을 중시하는시대가 될 것이며, 10가지 트렌드 머리글자를 따서 ‘래빗 점프(Rabbit Jump)’를 내년 소비 키워드로 선정했다.
래빗점프는 ‘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체리 슈머’, ‘인덱스 관계’, ‘뉴디맨드 전략’, ‘디깅모멘텀’, ‘알파세대’, ‘선제적 대응기술’, ‘공간력’, ‘네버랜드 신드롬’ 등을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중 체리슈머와 알파세대는 내년 소비를 이끌어가는 주요 키워드로 지목된다. 특히 체리슈머의 경우 구매는 하지않고 혜택만 챙기는 부정적인 단어의 '체리피커'가 아닌 '똑똑한 소비'가 강조된다.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말한다. 무지출과 조각, 반반, 공동구매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은 현대판 보릿고개를 지혜롭게 넘고자 하는 진일보한 합리적 소비자들이다.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고물가 여파로 똑똑한 소비를 찾는 체리슈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도 반값세일, 마감세일, 1+1 구독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면서 절약형 소비가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편의점 CU의 경우 작년부터 출시한 초저가 ‘자체제작상품(PB) 득템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이 1년 만에 500만개를 넘어섰다. PB 시리즈의 3분기 매출은 본격적인 물가 인상이 시작된 1분기 대비 32.5%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은 더 똑똑하고 깐깐하게 실속을 챙기려는 현상이 커질 것"이라며 "필요한만큼만 딱 맞춰 구매하는 조각전략이 함께모여 소비하는 반반전략 등 이런 추세를 반영해 소비자 반응과 선호 상품을 면밀하게 분석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구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유통업계의 소비 행태를 이끌고 있는 MZ세대를 넘어 가장 나이 어린 소비자인 알파세대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8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M) 세대의 자녀 세대로 1995~2009년생을 일컫는 Z세대의 다음 세대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진짜 신세대이며 어려서부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성장한 진정한 의미의 첫 '디지털 원주민' 이기도 하다. 알파세대의 경우 아직 구매력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의 집중 지원을 받는 세대인만큼 관련 시장도 크다는 설명이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