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올해로 시행 10년째인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대해 소비자의 절반 가까이는 전통시장 활성화에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14일 밝혔다. '현행 유지'는 29.3%, '규제 강화'는 2.9%로 집계됐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소비자는 '규제 폐지'(27.5%),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휴업 시행'(29.6%), '의무휴업일수 축소'(10.7%) 등의 방식을 꼽았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대한 소비자 의견.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했고, '효과가 있었다'가 34.0%, '모름'이 17.5%로 조사됐다.
효과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 '의무휴업일에 구매 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해서'(53.6%), '소비자 이용만 불편해져서'(44.3%) 등으로 응답했다.
이용하던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이란 것을 알았을 때의 실제 구매 행동으로는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 이용'(49.4%), '문 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 방문'(33.5%) 등의 의견이 나왔고, '당일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의견은 16.2%에 그쳐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으로의 구매 수요 이전 효과는 크지 않았다.
또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 소비자가 이용하는 다른 채널은 '중규모 슈퍼마켓·식자재마트'(52.2%), '온라인 쇼핑'(24.5%), '동네 슈퍼마켓·마트'(20.6%)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대형마트 이용자의 47.9%는 '최근 1년간 전통시장을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20대'가 73%, '30대'가 56%, '40대'가 44%, '50대'가 41% 등으로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람의 비중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았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식재료나 생필품 구매 등 장을 보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구매 채널로 '대형마트'(54.7%), '중규모 슈퍼마켓·식자재마트'(16.1%), '온라인 쇼핑'(15.6%) 등을 주로 꼽았고, '동네 슈퍼마켓'(10.7%)과 '전통시장'(2.3%)을 이용한다는 비중은 13%에 그쳤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장을 보는 데 불편함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불편하다'(36.2%)와 '불편하지 않다'(37.4%)는 의견이 비슷했고, '보통'이란 응답은 26.4%였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이용자들이 장기간에 걸친 규제로 의무휴업 시 대체 행동에 익숙해져 있다"며 "온오프라인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불편함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자의 66.5%는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9.4%는 '현행 유지', 4.1%는 '규제 강화'라고 답변했다. 의무휴업일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금지 규제에 대해서는 42.8%가 '부적절한 규제'라고 응답했고, '적절한 규제'(28.4%), '보통'(28.8%)의 의견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됐으며, 이에 따라 현재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온라인 유통 확대, MZ세대 부상, 4차산업 기술 발전 등으로 유통 시장 환경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었다"며 "규제보다는 소비 트렌드와 시대 흐름을 반영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소상공인 경쟁력을 강화해 가는 방향으로 유통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