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은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이 대표는 21일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당 안팎의 경쟁자들은 끊임없이 그와의 연관성을 의심해 왔다.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가 지난 19일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긴급체포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을 뜯어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이익 중 일부가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이 김 부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도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영장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측근으로 검찰은 바라봤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하였으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이 대표의 재선을 도왔다. 2018년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등 이 대표를 지지·조력 활동을 하였던 사람으로 규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지시에 따라 대장동 개발사업을 하던 중 지난 2012년 2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를 알게 된 이후 이 대표가 추진하던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에 협력하면서 뇌물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3월부터 그해 8월까지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 측으로부터 3억52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유착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그해 7월까지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 측이 참여한 합작 프로젝트금융회사(PFV)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1조1500억원대 초대형 규모의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로 선정했다. 당시 별다른 실적이 없고 출자금이 5000만원에 불과했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는 컨소시험 주주로 참여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민·관 수익 분배 구조를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정한 것으로 검찰은 주장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의뜰 대주주(50%+1)임에도 택지분양 수입 중 1822억원만 확정액으로 배당받고, 나머지 배당은 일체 포기했다. 합계 7% 지분밖에 소유하지 못한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 측에 나머지 배당액을 전부 몰아주는 구조를 만들어 준 의혹을 받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대장동 특혜 비리' 관련 재판을 받기위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남 변호사 등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총 4040억여원의 막대한 배당을 받았으며, 2020년 10월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남욱 등 민간업자들은 유 전 본부장 몫으로 700억원을 책정해 전달 방안을 논의하기도 하는 등 유착 관계를 지속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지난해 9월13일 대장동 개발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최근 3년 사이 해마다 100~200억원대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장기표 당시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화천대유 계열사 중 한 곳에 이 지사 아들이 근무 중이라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면서 신생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몰아주고, 회사가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은 상황에서 이 지사 아들이 계열사에 갔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이낙연 전 대표도 "저 자신도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언론이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반면 이 대표는 "황당하다"며 적법한 절차로 진행된 일이며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반대를 뚫고 민관 합작으로 개발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5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환수했다고 '치적'으로 맞섰다. 아들의 화천대유 계열사 근무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또 곽상도 전 의원 등 이른바 50억 클럽의 실체가 드러나자 이를 '국민의힘 게이트'로 맞받았다.
경선에서 밀리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대장동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당시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은 "도덕적으로 좀 문제가 있더라도 눈감고 가자고 판단하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감옥에 있다. 이걸 되풀이해야 되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당내 경선을 통과한 이 대표는 본선에서도 내내 대장동 의혹에 시달렸다.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시종일관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걸고 넘어졌다. 특히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TV토론에서 대장동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두 사람은 대선을 앞둔 마지막 TV 토론에서 대장당 의혹 관련해 난타전을 벌이다가 고성까지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 대표를 향해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사건을 설계·승인했음에도 검찰이 수사를 덮었다. 하지만 그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벌써 몇 번째 우려먹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국민 삶을 놓고 계속 이러시는 것 이해가 안 된다"며 "제가 그래서 제안 드린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더라도 특별검사 도입하자는 것에 대해 반드시 동의해 주시고,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책임지자"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7개월 만에 다시 이어졌다.
윤석열(왼쪽)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3월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TV토론회를 앞두고 미소를 짓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사진=뉴시스)
검찰은 1년 넘게 대장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 검사 16명과 대검 회계분석 수사관 등으로 대장동 전담 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화천대유를 압수수색하고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 등을 소환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이후 곽상도 전 의원, 유 전 본부장, 김만배씨, 남 변호사 등의 신병을 확보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도중에 유한기 전 경기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개발1처장 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대장동 의혹 재수사에 들어갔고, 김 부원장이 지난해 대선 경선을 앞두고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한 상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