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중이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중이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청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언어발달장애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고막 안쪽에 생기는 중이염 등 중이 질환을 검이경(귀내시경)으로 짧은 시간 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단율이 약 73%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인데, 최근 딥러닝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AI)이 중이염 등 중이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해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권지훈 의공학연구소 교수팀은 6600여건의 검이경 검사 사진을 활용해 귀의 중이 질환을 진단해내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실제로 적용한 결과 95% 이상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AI 알고리즘에 다중 분류 시스템 개념을 도입해 AI가 여러 개의 중이 질환을 함께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중이 질환을 진단하는 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여러 중이 질환을 동시에 진단해낼 수 있는 AI는 없었다. 예를 들어 중이염에 고막염까지 같이 생긴 경우 둘 다 함께 진단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AI가 1차로 만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 여부를 진단하고 2차로 중이염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진주종, 고막염, 진균증을 함께 진단할 수 있게 검사 사진을 학습시켰다.
이후 실제로 진단 정확도를 측정한 결과, 중이염은 약 95%의 정확도로 진단해냈으며 다른 질환들의 진단 정확도도 96~98%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중호 교수는 "특히 어린 아이들은 검이경으로 귀 검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주 숙련된 귀 분야 전문의가 아니면 중이 질환을 놓칠 수가 있는데, AI를 활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나아가 AI를 활용해 환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중이 질환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고 병원에 가야 할 필요성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훈 교수는 "중이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지금까지 연구된 AI는 한 개의 질환에 대한 진단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번 연구는 발전된 학습 시스템을 통해 AI가 여러 질환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어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최근 게재됐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