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고 박 전 대통령 묘소에 분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은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를 맞아 추모의 뜻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전날인 25일 오후 서울 국립서울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여권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 앞으로 모이며 '보수 지지층 표심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현충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했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인사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도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같은날 오전 박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서거일 전후로 묘소에 참배한 것은 유족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2007년 10월 26일 묘역을 찾아 헌화·분향한 바 있고, 윤 대통령 역시 국민의힘 대선 유력주자로서 지난해 10월 26일에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선 후보 당시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나라와 국민을 살리는 진정한 혁명을 이루신 분"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치인들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43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26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거나 추모글을 올리며 박 전 대통령을 기렸다. 이날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43주기 추도식에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김관용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은 오늘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토대를 마련했다"며 "박정희는 부국의 토대를 닦은 대통령이면서, 동시에 기적과 쟁취를 이룬 한 시대의 이름이기도 하다"며 "산업화의 영웅 박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고 적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민족중흥과 조국 근대화의 등불이 되어주셨던 고 박 전 대통령께서 승하하신 지도 어언 43주년이 되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경제개발을 추진해 세계 최빈국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의 뛰어난 리더십과 수많은 이들의 애국심으로 대한민국은 경제개발과 산업화를 이뤄낼 수 있었고, 해외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유일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현재 여야 대립이 극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참배인 만큼 이 같은 행보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보수층, 특히 영남의 재결집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발표된 뉴스핌·알앤써치 국정수행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4.2%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에서만 긍정 48.0%, 부정 47.7%의 지지율을 기록해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부정평가 비중이 더 높았다.
같은 날 발표된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33.0%이다. 이곳 역시 대구·경북('잘함' 50.0%, '잘 못함' 45.3%)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 비율이 크게 높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윤 대통령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영남에서도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터라 다시 한 번 보수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13일 첫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일정으로 대구와 포항을 찾아 영남 재결집을 시도한 바 있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도와 민주당에 뒤처진 정당 지지율을 의식, 텃밭 민심에 다시 한 번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서문시장을 찾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보수의 성지인 대구 서문시장에서 국민의힘은 다시 시작하겠다. 당내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걱정 끼친 점도 송구하다"며 "당원과 시민과 함께 국민의힘을 바로세워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응원을 부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권 및 윤 대통령의 이와 같은 행보에 "지지율 유지가 먼저"라며 "지금의 상황에서는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게 더 중요하다.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확실한 지지를 받아야 된다. 반등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이)기존 팬덤이 없었던 사람이기에 지지층을 확고하게 가져가야한다"고 해석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