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성추행 피해를 당한 기자를 부당하게 인사 발령하고 취재비를 미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와 법인에게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재판장 박희근)은 31일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머니투데이 법인에게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은 위법행위의 행위자와 업무 주체의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피해자인 A기자에게 취재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머니투데이 취업규칙에 (A기자가 소속된) 미래연구원 소속 기자를 차별하는 규정이 없고, 박 대표가 취재비 지급 조건을 제한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규정도 없다”라며 “피해자는 취업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취재비 지급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취재비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한다며 “머니투데이가 매월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기자와 견습기자에게 일종의 취재비를 지급하고, 별도 신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라며 “머니투데이는 취재비와 별도로 출장비와 교통비를 지급하는 등 취재비는 근로자가 지급 청구할 수 있는 금액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재판부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피해자를 기자가 아닌 연구원으로 직접 전보 처리하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상 직무배제 부분을 위반한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미래연구소 부서장이 피해자에게 업무를 지시함에 있어 박 대표의 지시를 단순히 수용했다기보다 부서장 재량권을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지난 2016년 머니투데이에 인턴기자로 입사해 2017년 정식 기자로 발령받은 A기자는 상사인 B기자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2018년 4월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한달 뒤 머니투데이는 A기자를 사내 연구원으로 발령했다. 머니투데이에서 기자가 연구원으로 전보된 전례가 없을 뿐더라, A기자도 이를 희망하지 않았다. 더구나 A기자가 근무하게 될 곳은 가해자 B기자와 같은 층이었다.
이에 A기자는 사측 인사 조치가 부당하다며 2018년 10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노동청)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노동청은 머니투데이에 가해자 B씨를 징계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머니투데이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서울노동청은 2019년 4월 머니투데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박 대표가 A씨에게 부당 전보로 불이익을 주고, 임금을 체불했다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박 대표와 머니투데이 법인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후 법원 직권으로 정식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지난 6월22일 1심 결심공판에서도 박 대표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머니투데이 CI로고. (사진=머니투데이)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