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태원 참사'의 사고 원인과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이 관계 기관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용산경찰서가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임재 서장은 대기발령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2일 서울지방경찰청·용산경찰서·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에 혐의를 두고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한 이후 나흘만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감찰이 아니라 수사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설치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 모습.(사진=뉴시스)
특수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 등에 수사 인력을 보내고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확보 했다.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 용산경찰서 정보과 등이 중점 수사 대상이다. 경찰청이 지난 1일 공개한 참사 발생 전 11건의 신고 녹취록을 보면, 경찰은 참사 약 4시간 전부터 압사가 우려된다는 신고를 여러번 받았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이 전날 공개한 '이태원 사고 전 112 녹취록'을 보면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에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최초의 신고가 있었고, 이날 오후 10시 15분까지 압사와 대형사고에 대한 우려, 인원 통제 요청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종결내용을 보면, 대부분 신고자에게 경찰관 배치 고지 또는 현장상황 설명으로 끝날뿐 별다른 경찰 병력 증원 등의 정황은 없었다.
특히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로부터 11건의 신고를 하달 받은 용산서 112치안상황실은 실제 현장출동 건수가 4건에 그쳤다. 신고 중 1건은 경찰의 112 신고 대응 체계상 최단 시간 내 출동하라는 '코드 0' 지령이, 7건은 우선 출동하라는 '코드1' 지령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특수본은 11건의 신고를 받고도 서울청과 용산서가 인파 해산이나 경찰 증원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할 예정이다. 또 용산서가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경찰력 투입 계획 등 안전에 대한 대비가 과연 적절했는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용산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청에 기동대를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전망이다. 참사 당일 광화문을 포함해 서울 도심 곳곳에는 81개 기동대 경찰관 4800명이 동원됐으나 이태원에는 한 부대도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신고에도 불구하고 용산서가 부실 대응했다고 지적하고, 용산서는 대응을 위해 기동대 요청을 했으나 경찰청이 협조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용산구청에선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웠는지 캐묻기 위해 구청장실과 안전재난과 등 관련 부서의 자료를 확보 중이다.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서와 이태원관광특구상인연합회(상인회)·용산구청·이태원역 관계자가 모여 '핼러윈 기간 시민 안전 확보 간담회'를 열었지만,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상인회가 현장 통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상인회는 사실무근이라는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신고 녹취록 공개로 관할 서의 '부실 대응' 논란을 빚고 있는 용산서가 강제수사 범위에 포함되면서 이날 이임재 용산경찰서장도 대기발령 조치됐다. 대기발령은 일시적으로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보직 해제 조치다.
경찰청은 "이 서장은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대기발령하고 금일 중 후임자를 발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