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여론조사)②국민 10명 중 7명 "이태원 참사, 정부 책임"

"책임 있다" 73.1% 대 "책임 없다" 23.3%…53%는 "책임 매우 크다"
60대이상·영남서도 "책임 있다"…보수층마저 절반 이상은 "책임 있다"

입력 : 2022-11-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 책임을 물었다. 절반 이상인 53.0%는 책임 경중에 대해 "매우 크다"고 답했다. 23.3%는 이태원 참사를 정부 책임과 크게 연관 짓지 않았으며, '책임이 전혀 없다'는 의견은 4.7%에 불과했다. 
 
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9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3.1%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있다'('책임이 매우 크다' 53.0%, '책임이 있는 편이다' 20.1%)고 했다. 23.3%('책임이 없는 편이다' 18.6%, '책임이 전혀 없다' 4.7%)는 정부 및 지자체 책임과 거리를 뒀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3.6%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달 29일 밤 10시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주말을 맞아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온 대규모 인파들이 좁은 골목에 뒤엉키면서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무려 156명이 압사로 숨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취임 이후 첫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참담한 심정과 함께 사고 수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다. 또 11월5일까지 7일 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31일부터 매일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부는 국민 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말하면서도, 이태원 일대 핼러윈 행사가 주최 측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책임론의 사전 차단에도 주력했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 용어를 쓰도록 했다. 가해자의 책임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합동분향소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명명됐다. 국민의힘도 사태 수습에 방점을 찍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이라며 야당의 책임 추궁을 사전 경계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이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를 받고도 제때 대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저녁 6시34분 첫 신고를 시작으로 참사 발생 직전까지 모두 11차례의 신고가 이어졌고, 신고자들은 압사의 위기감을 전하는 한편 경찰의 통제를 요청했음에도 무방비로 방치됐다. 결국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서야 정부는 사과했다. 이 역시 앞서 논란을 야기한 실언들에 대한 사과로,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2030 세대에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추궁 수위가 다소 낮았다. 20대 '책임 있다' 66.2% 대 '책임 없다' 29.4%, 30대 '책임 있다' 69.8% 대 '책임 없다' 27.7%로 조사됐다. 40대의 경우, '책임 있다' 80.5% 대 '책임 없다' 16.9%로, 80%가량이 정부의 책임을 따졌다. 50대에서도 '책임 있다' 76.1% 대 '책임 없다' 22.1%로, 정부 책임을 크게 물었다. 현 정부의 세대별 기반인 60대 이상에서도 '책임 있다' 72.2% 대 '책임 없다' 22.4%로, 정부 책임을 비중 있게 다뤘다.
 
지역별 여론도 정부 책임론으로 기울었다. 서울 '책임 있다' 71.1% 대 '책임 없다' 25.6%, 경기·인천 '책임 있다' 73.7% 대 '책임 없다' 22.7%, 대전·충청·세종 '책임 있다' 70.4% 대 '책임 없다' 27.3%, 강원·제주 '책임 있다' 74.6% 대 '책임 없다' 21.0%로, 70% 이상이 정부 책임론에 공감했다. 광주·전라의 경우 '책임 있다' 82.7% 대 '책임 없다' 16.4%로, 80% 이상 압도적으로 정부 책임을 물었다. 보수진영의 기반인 영남에서도 '정부와 지자체 책임론'에 공감하는 의견이 70% 안팎에 달했다. 부산·울산·경남(PK) '책임 있다' 72.4% 대 '책임 없다' 21.3%, 대구·경북(TK) '책임 있다' 68.9% 대 '책임 없다' 27.6%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중도층 '책임 있다' 73.4% 대 '책임 없다' 21.7%였으며, 진보층에서는 '책임 있다' 92.2% 대 '책임 없다' 7.3%로 정부 책임을 더욱 크게 다뤘다. 심지어 보수층에서도 '책임 있다' 52.7% 대 '책임 없다' 41.8%로, 정부 책임을 묻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 '책임 있다' 96.7% 대 '책임 없다' 2.8%로, 진보층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책임 있다' 42.9% 대 '책임 없다' 50.2%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72명이며, 응답률은 4.7%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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