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 수위를 높였다.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수출버팀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2년만에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재고도 쌓이는 등 기업 경기인식도 하락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1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의 악화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9월과 10월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는 진단에서 상대적으로 악화한 것이다.
KDI는 "대외여건의 악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점차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표를 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7%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며 반도체 수출이 -17.4%로 감소 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지역별로는 대 중국 수출이 -15.7%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수출 가격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수출 물량 자체도 줄었다. 지난 9월 하루 평균 수출물량지수는 3.8%로 전월(5.6%)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주요 수출 품목이 흔들리며 제조업 부진은 심화됐다. 9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은 전월 대비 0.6% 쪼그라들어 세 달 연속 하락했다. 태풍 힌남노 피해로 인한 주요 철강업체 가동 중단으로 1차 금속이 -20.7%로 급감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4.5%로 전월(75.3%)보다 줄었다. 재고율은 123.4%로 전월(122.9%)보다 상승해 제조업의 부진을 시사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2로 0.1포인트 감소하는 등 석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대외 수요 부진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했고,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계절조정 기준)는 75로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기업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지수화한 수치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다. 지수가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100보다 작으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난, 인건비 상승 등 영향으로 비제조업의 기업심리지수도 77로 하락했다. 이는 올해 최저 수준이다.
KDI 측은 "주요국의 제조업심리지수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행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이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로 전환되고 제조업이 부진해지면서 성장세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단기자금시장에서 일시적인 신용불안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서비스업은 주요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양호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에서 생산과 고용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번달에는 경기회복이라는 판단을 거둬들인 것"이라면서도 "다만 경기회복이 안되면 그 다음 단계는 경기둔화로 가야하는데 지금은 회복과 둔화 그 사이 정도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1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의 악화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