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왼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반대로 특검 성사 여부에 물음표가 붙는 가운데, 지난 2016년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국정조사·특검을 동시에 진행한 최순실 게이트처럼 이번에도 여론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8일 특검 카드를 본격화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국정조사와 함께 "결국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꺼내든 데서 시작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형사적 책임을 밝히기 위한 수사는 특수본이건 검찰이건 공수처건 특검이건 모든 수단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라며 "수사가 국정조사를 막을 빌미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이 동시적으로 진행된 경우는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찬대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시작은 같이하되 국정조사를 빠르게 먼저 진행하고, 특검은 미진했을 때 바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중립적인 특검이 이뤄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조사 특위에서 수사권,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끝까지 밝히지 못하지만, 청문회 등을 통해서 증인 신청을 하는 등 국민들에게 다 알리지 않느냐"며 "그럼 수사를 안 할 수 없다. 국정조사와 특검이 같이 가야 된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2차 현장감식을 마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은 국회 차원의 특검법 제정을 통한 '별도 특검'과 법무부 장관이 국회 동의 없이 발동할 수 있는 '상설 특검'으로 나뉜다. 유일한 상설 특검이었던 지난해 세월호 참사 특검을 제외하고 역대 특검은 중립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별도 특검으로 진행됐다. 특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한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 말에서 알 수 있듯 민주당은 별도 특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특검 성사까지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정공법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시도할 경우 현재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라는 점에서 법사위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조사와 특검은 국회 논의가 필요하고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며 사실상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나 김진표 국회의장 직권으로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도 있으나, '독주' 이미지는 민주당에게 계속해서 부담이다.
설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대통령은 헌법 53조 2항에 따라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을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국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서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는 셈이다. 다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윤 대통령도 여론의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최순실 특검법(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원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016년 11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0인, 찬성 196인, 반대 10인, 기권 1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민주당이 기댈 곳은 여론뿐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민심이다. 7일 발표된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이 65.0%에 달한 반면 '반대'는 28.6%에 그쳤다. 앞서 지난 4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3.1%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있다'('책임이 매우 크다' 53.0%, '책임이 있는 편이다' 20.1%)고 답했다. 23.3%('책임이 없는 편이다' 18.6%, '책임이 전혀 없다' 4.7%)만이 정부 및 지자체 책임과 거리를 뒀다.
과거 최순실 게이트는 당시 최순실이 사용한 태블릿PC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국정농단이 사실로 굳어졌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국회를 압박한 대표적 사례였다. 결국 2016년 11월17일 박근혜·최순실 특검법과 국정조사 시행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동시 통과로 이어졌다. 결말은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탄핵)이었다.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 단장을 맡고 있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대통령실 의혹 관련해서도 특검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현재 법사위 단계부터 막히는 등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재로서는 어느 사안이든 특검 도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결국 믿을 것은 여론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과거 최순실 사태 때처럼 의혹 해소를 바라는 국민 적 염원이 크다면 의장의 직권상정 등이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