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후 처음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오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김 전 부장검사와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모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7월 27일 박 변호사에게 1000만원을 빌린 후, 같은 해 8월 2일 이를 모두 갚은 것으로 보인다"며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변제기일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차용금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부장검사가 향응을 수수할 당시에는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중이어서 박 변호사 사건 처리에 관한 직접적 권한이 없었다"며 "김 전 부장검사가 당시 합수단 소속 다른 검사들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연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김 전 부장검사가 박모 변호사에게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에 관해서도 "검사로써 부적절한 행동"이라면서도 "박 모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술값을 계산했지만, 박 모 변호사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등 향응을 제공했다기보다 친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김 전 검사와 박모 변호사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죄가 선고되자 피고인석에 있던 김 전 부장검사는 눈물을 터뜨렸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 측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대상과 조직 논리에 따라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개혁을 주장하기 위한 소재로 쓰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번 선고에 대해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근무하던 2015년, 검찰 동료였던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수사 편의를 제공하고, 이듬해 1000만원의 뇌물과 93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정황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모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만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하지만 2019년 10월 김씨가 경찰에 박 변호사와 관련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로 넘겨 기소됐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기소 사건인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